지난 2000년 최고의 발명품은? "지우개"
지난 2000년 최고의 발명품은? "지우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0.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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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은 세계의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 미디어 이론가 더글라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라고 답했다. “수정 용액처럼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과학과 사회, 문화와 윤리의 발전도 없었으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지우개는 단순히 종이로부터 흑연 가루를 털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우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1950년대 초반 미국의 가정주부 벳 네스미스 그레이엄은 은행의 비서로 일했지만 타자실력이 형편없었다. IBM의 전기 타자기는 오타가 생기면 기존의 방법으로 깨끗이 지우기가 힘들었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화가들이 간판을 그리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들이 글자를 쓸 때 잘못 쓴 부분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물감을 덮어 칠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도 같은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해서 '미스테이크 아웃Mistake Out'이라는 액체 수정액이 탄생하게 됐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문구를 재조명하는 책 <문구의 모험>(어크로스. 2015)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때 문구에는 연필이나 볼펜, 노트는 물론이고 클립, 압정, 포스트잇 등 다양한 물건이 포함된다. 우리가 쓰는 형광펜도 중요한 문구 중 하나다.

형광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료에 밑줄을 칠 때 보통 펜을 썼다. 이후 염료 제조법의 발달로 노랑과 분홍 같은 선명하고 투명한 색상이 만들어지면서 형광펜의 시대가 열렸다. 신제품 형광펜에 사용할 형광 잉크의 개발이 끝나고 디자인 면에서도 뭔가 독특한 것이 요구됐다. 그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때 좌절한 디자이너 한 명이 점토 모델을 주먹으로 내리쳐 찌부러뜨렸다. 그런데 그것이 경영자의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해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형관펜, '스타빌로 보스(BOSS)'가 탄생했다.

헤밍웨이, 피카소와 같이 몰스킨 노트에 작품을 썼던 기행문학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그 노트의 생산이 곧 중단된다는 비보를 접하고는 평생 쓸 100권의 노트를 주문하러 나서기도 했다. 색인 카드에 짧은 글을 써두고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포스트잇에 소설을 구상하고 완성한 이후에도 모두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윌 셀프 등 작가들과 그들의 특별한 문구에 관한 이야기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지금 당신 책상위에는 어떤 문구류들이 있는가. 그것들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몽블랑 만년필 혹은 볼펜 한 자루. 스마트한 기기들로 인해 혹 피로감이 쌓인다면, 손에 힘을 주어 한자 한자 글씨를 써내려가는 기쁨을 누려봐도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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