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 형식을 띤 전체주의"
지젝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 형식을 띤 전체주의"
  • 엄진희 기자
  • 승인 2015.05.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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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이나 나치즘, 스탈린주의 등으로 악명이 높다. 전체주의는 사전적 정의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이라 돼 있다. 그래서 보통 우리는 전체주의에 맞서 ‘개인의 자유가 공공선’이며 자유민주주의만이 유일한 민주주의라 여긴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자유만이 유일한 가치로 자리매김 되면서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라는 자본주의 이념이 옹호되고 이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가속화시켰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순전한 형식과 절차의 문제로 축소시키며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만 급급하다.

지젝은 그의 저서 '전체주의가 어쨌다구?'(라캉카페, 지젝, 조형준 역, 2013, 새물결)에서 신자유민주주의야말로 민주주의라는 형식으로 진보적 사유와 급진적 행동을 억압하는 진짜 전체주의라고 주장한다.

지젝이 보기에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시도들은 윤리적으로 위험하고 수용할 수 없는 거이다. 전체주의라는 악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으로 매도돼 기각된다. 순응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은 바로 이런 식으로 기성 질서를 방어하면서 위선적인 자기만족까지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는 세계의 혁명이 아니라 자아의 혁명(스펙쌓기, 자기 계발 등)만을 일삼으려 자본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결국 잘사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집결될 때 ‘웰빙’, ‘힐링’ 등의 유행은 막상 자본이라는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공개적인 고해에서 해법을 찾는 식으로 현실이 호도된다. 이 때문에 사회에는 뜬금없이 ‘인간’이나 ‘인문’으로 넘쳐난다. 자본과 현실이 휘발되고 갑자기 삶의 지혜와 (동양)고전이 사방에 넘쳐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젝은 ‘진짜 전체주의는 바로 신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체주의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주장이 실은 자유의 이름으로 착취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라는 형식으로 진보적 사유와 급진적 행동을 억압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좌, 우를 실용적으로 양날개 삼아 차이와 관용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전체주의의 본체이다. 중도적 현실주의에 대한 만장일치의 합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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