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옛사람들의 자식잃은 슬픔을 보니
세월호 1년... 옛사람들의 자식잃은 슬픔을 보니
  • 임정섭
  • 승인 2015.04.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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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세월호 참극이 1년을 맞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 그 크기는 얼마일까. 가늠할 수 없다. 세상에는 반드시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일이 있다. 결혼이 그렇고, 아이 낳는 일이 그렇다. 부모 상은 말할 나위 없다. 당하지 않은 이는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다. 천붕(天崩). 경험없이는 결코 알 수 없는 단어다.

자식 잃은 마음은 역시 겪어보지 않은 이는 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우리가 세월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그저 위로하고 지켜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유족의 슬픔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새 책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루이앤휴잇. 2015)를 읽다 보면 문장이 눈에 밟혀 숙연해진다.

조선 시조시가의 대가 고산 윤선도는 1639년 유배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딸의 부고를 들었다. 딸이 천연두를 앓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는 시를 지어 비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밥 앞에 두고 눈물은 수저에 흘러내리고, 말을 타면 눈물이 고삐를 적시니... 눈물이 옷깃을 따라 줄줄 흐른다.”

17, 8세기 문인 이하곤은 “심장이 찔리고 뼈가 깎이는 참혹한 고통이다. 아아, 애통하다! 아아, 원통하다!” 라고 통곡했다.

네가 떠난 뒤로 흙덩이처럼 방 안에 앉아 하루 종일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단다. 앉아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나가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구나. 혹은 책을 펼쳐놓고 한숨을 내쉬고, 혹은 밥상을 앞에 놓고 탄식하며, 혹은 그림자를 보며 중얼거리기도 한단다. 산을 보아도 네가 떠오르고, 물가에 가도 네가 떠오르며, 평대의 솔바람 소리를 들어도 네가 떠오르고, 달밤에 작은 배를 보아도 네가 떠오르니, 언제 어디서나 모두 네 생각뿐이로구나. - 36쪽

조선중기 문인 조익은 딸을 잃고 쓴 제문에 다음과 같이 통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울부짖는 지금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하여 근처의 온 산천이 모두 빛을 잃는 것 같구나. 지하에 있는 너도 아픈 이 아비의 마음을 알고 있느냐. -<곡봉혜문> 중에서

자식의 죽음은 단장지애(斷腸之哀)다. 저자 신정일(역사학자)은 “사랑하는 자식을 죽음으로 잃어버리는 고통은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다.”며 “그 죽음이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문인이기에 더욱 생생하게 마음을 토로했다. 따라서 이 문장들은 세월호 유족의 심경을 대신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대명천지에 비명횡사한 아이들. 아마도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으리라.

책에는 자식 잃은 슬픔 외에도 아내와 벗, 스승의 죽음을 앞에 둔 조선 선비들의 절절한 글(44편)이 수록되어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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