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나'를 성찰하는 일
인문학! '나'를 성찰하는 일
  • 오명호
  • 승인 2014.11.1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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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통하는 지혜 7종 세트

 

[북데일리] 또 인문학이다. 인문학 열기가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다. 급기야 TV 방송에서도 대놓고 인문학을 내세웠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와 SBS CNBC가 공동 제작한 “Who am I”가 그것이다.

2013년 가을학기 경희대학교에서 세 번째 인문학 공개강좌가 열렸다. 국내 학자는 물론 지젝과 베르베르 같은 세계적인 석학도 함께 했다. 매회 2,000명 이상의 청중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도대체 인문학이 뭐길래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신간 <나는 누구인가>(21세기북스.2014)는 그 중 7인의 강연 내용을 글로 옮겼다. 강신주, 고미숙, 김상근, 슬라보예 지젝, 이태수, 정용석, 최진석.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학자들이다. 그야말로 인문학 만찬이다. 각각의 강연 속에서 핵심 키워드들을 뽑아본다.

먼저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특유의 ‘돌직구’ 화법 탓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학자다. 그가 말하는 키워드는 ‘돈’이다. 우리 시대의 아픔이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기에 ‘유괴’ 같은 반인륜적 행위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돈이 인간의 위에 있는 탓이다. 돈은 수단일 뿐이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르네상스 인문학으로 명성이 높은 연세대 김상근 교수는 인문학을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인문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이는 인문학의 시작인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멋진 삶과 의미 있는 죽음을 대변하는 ‘인문학적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세의 침략에 대해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영웅 페리클레스의 용맹은 그런 ‘자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페리클레스는 전쟁을 반대하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싸우지 않으면 결국 노예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 명연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 있음을 명심하고, 전쟁의 위험 앞에 너무 망설이지 마십시오. 자긍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희망을 품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자신도 모르게 죽는 것보다 자신의 비겁함을 말미암아 굴욕을 당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법입니다.” 105쪽

서강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최진석 교수는 강의 제목을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으로 잡았다. 타인에 의해 이끌려가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다.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의 <천도편>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성인의 이론은 찌꺼기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 펼친다. 과거의 이론은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며 배움에 있어서도 주체성을 역설한다.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습관이 되면 ‘자기 표현’에 장애를 갖게 됩니다. 우리가 배우는 대상은 다른 사람의 표현일 뿐입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이 표현해낸 것을 습득하기만 해야 할까요. 어느 순간이 되면 배우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배움은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해야 합니다.” 226쪽

이렇듯 책에서는 돈, 건강, 자애, 아름다움, 사유, 주체성, 생물학적 인간이라는 다양한 키워드를 놓고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지혜와 통찰의 시간이다. 한 마디로 책은 인문학 종합선물세트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묶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왜 인문학에 이렇게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면의 키가 한 뼘이나 커진 기분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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