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생각 사용법'
생각의 시대 '생각 사용법'
  • 오명호 시민기자
  • 승인 2014.10.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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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머리 속 엿보는 시간

[북데일리] 인류사에서 혁신을 고안한 천재들을 보면 실로 놀랍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개발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를테면 인류의 불가사의 피라미드, 고대 그리스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다양한 철학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창의적 성과가 오늘날 거대한 스마트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니 그 머리 속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신간 <생각의 시대>(살림.2014)는 그런 천재들의 혁신적인 지혜, ‘생각’에 관한 책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시기,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약 400년에 걸쳐 개발한 5가지 시원적인 생각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러한 도구가 새로운 지식과 문명을 구축해갈 것이며,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삶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먼저 생각의 기원이다.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책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개념적 혼성’, 즉 ‘브랜딩 blending’ 현상 때문이다. 브랜딩이란 커피 집에서 서로 다른 품종의 원두를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해는 것.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끄집어낸 후 그 정보들을 마구 섞어 서로 만나게 한다. 새로운 개념적 꾸러미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은유 문장이 있다. 이 은유는 ‘인생’이라는 정보와 ‘마라톤’이라는 정보의 융합이다. 그 가운데 ‘짧지 않다’, ‘힘들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등과 같은 지식과 경험의 요소들이 선택적으로 투사되어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문장을 합성해낸 것이다.

“언어를 비롯해 문화, 종교, 과학 등의 ‘창조적 폭발’이 2개의 서로 다른 정신적 개념을 혼성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개념적 혼성능력의 산물이다.” 120쪽

책에 따르면 천재들에게는 5가지 생각 도구가 있다.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도구인 ‘은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가져다 주는 ‘원리’, 기본적인 정신 구조를 만들어주는 ‘문장’, 복잡한 자연과 현상을 통제 가능하게 하는 ‘수’, 가장 강력한 설득의 수단인 ‘수사’가 그것이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지식은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와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말이다. 그는 어떤 것이든 패턴이 있고, 패턴으로부터 원리를 추출해내면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생각도구 ‘원리’와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책사 제갈공명의 일화를 들어 ‘원리’를 뒷받침 한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 바람을 부른 제갈공명. 그 도움으로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공명은 그때 즈음 동남풍이 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매년 경험을 통해 바람이 부는 시기, 방향, 강도 지속 기간 등을 잘 아는 어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치밀한 계획 아래 화공을 펼쳐 10배가 넘는 조조의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 지낸 제사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간파한 제갈공명의 생각이 승리의 비결이었다는 해석이다.

생각 도구 ‘문장’은 언어에 관한 이야기다. 언어가 인류의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은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이해된다. 그 중에서도 문장은 시종일관 우리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분석하며 검증할 수 있게끔 진화해왔다. 따라서 저자는 문장이야말로 우리 생각을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이어서 저자는 문장, 즉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팁을 소개한다. 글쓰기 열풍이 뜨거운 요즘 독자의 촉수를 곤두서게 하는 대목이다. 이른바 ‘필사’, 베껴 쓰기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베껴 쓰는 것과 성인들이 신문 기사나 사설, 칼럼과 같은 글을 베껴 쓰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단순히 문장의 암기나 문체의 모방 때문은 아니다.

“베껴 쓰기의 목적은 에덜먼이 규정한 고차적 의식 내지 비고츠키가 말하는 고등 정신기능을 일깨우는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에 각인하는 데 있다. 곧, 정신적 문법을 익히는 것이 목표다.” 313쪽

이처럼 책은 5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천재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간다. 500쪽에 달하는 압도적인 두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술술 넘어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지난 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책이 히트를 쳤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내 생각이 내 삶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전달한다. 천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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