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고무줄 양끝처럼 팽팽한 문장
[책속의 명문장] 고무줄 양끝처럼 팽팽한 문장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2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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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중에서

[북데일리] 책이 주는 즐거움은 간접 경험이다.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글로 만난다.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하서도 마찬가지다. 하성란의 산문집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마음산책. 2013)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만난다. 고무줄의 양끝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듯 긴장하게 된다.

 ‘비무장지대다. 말 그대로 무장이 금지된 지역이다. 군대가 주둔할 수 없고 무기를 배치할 수 없다.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2킬로미터 지점에 군사분계선 우리가 휴전선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선이 있다. 그 위 2킬로미터 지점에 북방한계선이 있으니 DMZ의 길이는 남북으로 4킬로미터인 셈이다. 약 10억 제곱미터의 넓은 땅에 무기란 없다. 전쟁으로 생긴 구역이지만 지금 이 구역만큼 평화스러운 곳이 지상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그 선이라는 것도 조금씩 좁혀들고 있었다. 갈등과 우발적 충동이 있을 때마다 남북 모두 알음알음 전진한 탓이다. 아무튼 DMZ 안의 남측 관할은 유엔이 맡고 있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하도록 승인한 것도 그들이다.

 비무장지대 안에는 특이한 곳이 둘 있다. 공동경비구역. 일명 JSA. 우리에게는 영화로 잘 알려진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벌써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착해 한창 설명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낯익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면으로 판문점이 올려다보였다. 물론 그쪽으로는 발을 들일 수 없다. 엄연한 북쪽 땅이다.

 우리가 판문점을 올려다보듯 그쪽에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렇듯 양측에서 손님들이 오면 양측 경비병들이 움직인다. 막사에 반쯤 몸을 가린 채 부동자세로 선 경비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72~27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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