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 환경으로는 가혹하다는 의미입니다. 바다도 산도 숲도 강도 그것이 아름다울수록 일단 비위를 건드렸을 때에는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29~30쪽
겐지의 말은 진정 옳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마주하는 깊은 숲 속이나 외딴 오지의 삶은 가혹할 정도로 불편 투성이다. 무턱대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골로 이주했다가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삶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겐지는 시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며 조언한다. 지역사회가 바라보는 이방인에 대한 시선,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려는 시골 사람들의 마음, 안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위험에 노출된 현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고독과 소음에 대해 말한다.
특히 시골은 도시와 다르게 의료 장비가 완벽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빠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시골의 소음 공해와는 다른 시골에서도 소음이 있어 오히려 그것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 동네 경조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며, 시골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간다. 그러니까 사람 사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시골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185쪽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겐지는 시골로 오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리는 듯하다. 시골은 평화롭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의 말은 이 모든 걸 견딜 수 있다면 언제든지 시골로 오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어느 곳에서 살든 고충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시골에서의 삶을 각오해도 좋을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분명 장점도 있으니까. 결국엔 겐지는 이 책을 통해 시골이 아닌 삶에 대한 자세에 대해 진심을 담아 조언한다.
두 번째 인생을 시골에서 계획한 이들에게는 실직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더불어 현재에 대해 불만을 갖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 삶이 막연한 상상에 속한 게 아니냐고 질책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지금 어떤 지역에서 어떤 직업을 갖고 살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냐는 것이다. 때문에 얼마나 치열하게, 절실하게, 삶을 살아내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