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에게 배우는 책과 글쓰기
헤세에게 배우는 책과 글쓰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3.2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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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추구한 깊고 넓은 세계를 읽으라

[북데일리] “이 세상 모든 책이 /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진 않아 / 허나 몰래 알려주지 / 그대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거기에 있지 / 해와 달과 별. (중략) " (P.5)

헤르만 헤세의 <시집>에 실린 ‘책’이라는 시의 일부다. 13세의 나이에 ‘시인 외에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던’ 그의 글은 책읽기와 글쓰기에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헤세의 문장론>(연암서가. 2014)은 1900년부터 1960년까지의 책과 문학, 작가와 독자, 비평가 등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다. 그의 시와 소설, 에세이는 20세기에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어떤 문필가보다도 책을 많이 읽은 다독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최대한 많이 읽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골라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남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더 나아가 그 전체와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도 다른 모든 향유와 마찬가지여서 우리가 진심으로 애정을 기울여 몰두할수록 보다 깊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친구나 연인처럼 대우하고, 책마다 자신의 독자성을 존중해주며, 이런 독자성에 낯선 것은 아무것도 책에게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 아무렇게 아무 때나 너무 급히 또 너무 빨리 후닥닥 읽어서는 안 되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 좋은 시간에, 즉 여유 있고 유쾌한 기분으로 읽어야 한다. 특히 섬세하고 동감이 가는 언어로 쓰인 사랑스런 책은 가끔 크게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책과의 교제’, P.59)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할까? 자신의 시와 산문 습작을 헤세에게 보내, 문학적 재능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한 작가 지망생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

“귀하가 쓴 시 습작이 귀하에게 유리하고,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해 보다 명확히 알게 되고, 귀하의 체험 능력을 제고시키며, 귀하의 양심을 날카롭게 해주도록 귀하를 도와준다는 느낌이 드는 한 시 창작을 계속 하십시오. 그러면 시인이 되건 안되 건 상관없이 귀하는 눈동자가 맑은 쓸모 있고 깨어 있는 인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희망하건대, 그것이 귀하의 목적이라면, 그리고 시 문학을 향유하거나 창작할 때 조금의 장애라도 보이거나 또는 빗나간 샛길이나 허영심에 빠질 것 같은 유혹, 소박한 삶의 감정이 약화될 유혹이 조금이라도 감지된다면 귀하의 문학이든 우리의 문학이든 일체의 문학을 던져버리십시오!” (‘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젊은 시인의 편지’, P.111)

개인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초보자의 습작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건 어느 대가라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서도 진솔하게 들려주는 그의 충고가 예비 작가에게 큰 지침이 되었을 것은 틀림없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읽는 법을 알지 못하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의 말대로 한다면 책은 거의 읽히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훨씬 더 큰 기쁨을 얻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인생은 짧다. 저승에서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고 해로운 일이다. 내가 이때 염두에 두는 것은 나쁜 책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독서의 질 자체이다. 우리는 삶의 모든 발걸음이나 호흡에서 그러듯이 독서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해야 한다. 우리는 보다 풍부한 힘을 얻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중략) 생각 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자신과 우리의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독서에 대하여’, P.120)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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