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죽음으로 평등을 말하다
위화, 죽음으로 평등을 말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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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소설

[북데일리]눈물이 모여 사람의 형체를 만든 것 같은 표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제 7일>(푸른숲. 2013)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7일 동안 겪는 이야기다.

 주인공 양페이는 화장터로 빨리 오라는 전화를 받으며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도할 이가 아무도 없었던 양페이는 혼자 수의를 입고, 상장(喪章)을 달고 화장터로 향한다. 화장터엔 귀빈과 일반으로 나누어 대기자가 많았다. 준비한 무덤이 없었던 양페이는 화장터를 나와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서 그는 많은 이들을 만난다. 그토록 보고 싶던 전처 리칭을 시작으로 소중했던 사람들,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암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떠난 후 혼자 살던 작은 셋집의 이웃들, 과외를 위해 만났던 소녀의 부모, 아버지와 함께 자신을 돌봐줬던 소중한 분들을 차례로 만난다. 그들은 모두 같은 날 죽었고 양페이처럼 무덤이 없어 함께 모여 있었다.

 ‘우리는 정적 속을 걸었다. 정적의 이름은 죽음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기억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세상의 기억이고, 뒤엉킨 과거이며, 허무이자 진실이었다. 나는 옆에 있는 쓸쓸한 표정의 여자가 소리 없이 걷는 것을 느끼면서 떠나간 세계가 자아내는 서글픔에 탄식했다.’ 175쪽

 양페이는 아버지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의 이슈를 만들며 죽은 사람들을 만난다.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 돈이 없어 장례비가 없어 병원에서 쓰레기처럼 버려진 아기들,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정부에게 돈을 받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 경찰의 가혹 행위에 시위를 하던 사람, 저마다의 사연엔 모두 비리의 가득한 중국 정부가 있었다. 이승에서 부와 권력을 누린 이들은 화장터에서도 귀빈이었고 거대하고 화려한 무덤을 갖고 있었다. 죽음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비참한가.

 위화는 소설을 통해 중국 사회를 고발하고 비판한다. 온갖 술수로 돈과 명예를 축적하는 관리들,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다가 버려진 삶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럼에도 위화는 절망과 절규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놓지 않는다. 떠도는 저승에서 함께 모여 지내는 이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죽음이 갈라놓지 못하는 양페이와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그렇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행동도 없이, 그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가 침묵 속에 앉아 있는 것은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무리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227쪽

 쓸쓸하고 기묘한 소재로 평등을 말하는 소설이다. 단 한 사람도 부당하게 죽어서는 안 되는 세상, 누군가 죽음을 진실하게 애도하는 사회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겼다. 그 소망은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삶과 죽음, 그 경계의 7일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인 것이다. 위화의 소설에 쏟아지는 극찬을 실감할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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