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에게 그런 여동생이?
프로이트에게 그런 여동생이?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4.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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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프로이트의 여동생> 출간

[북데일리] ‘1938년 비엔나. 나치가 쳐들어오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함께 런던으로 망명할 수 있는 출국비자를 받을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그는 명단에 자신의 주치의와 주치의의 가족, 가정부와 처제, 기르던 강아지까지 포함시켰지만, 프로이트가 가장 아낀 여동생 아돌피나를 비롯한 그의 누이들은 한 명도 없다. 결국 프로이트 가(家)의 네 자매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아돌피나는 가스실에서 죽음을...’

이 줄거리만으로 충격적이다. 대체 프로이트는 왜 여동생을 남겨두고 떠났을까. <프로이트의 여동생>은 사랑, 광기, 죽음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과 깊이 있는 철학적 사색으로 유럽연합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 주인공 아돌피나는 자신을 학대한 어머니에 대한 애증, 오빠 지그문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옛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처 등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책을 읽다보면 여느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문장 서술방식이 눈길을 붙잡는다. 애증의 상황을 독특한 패턴으로 보여준다.

내 삶이 시작할 때 고통이 있었다. 감춰진 상태에서 소리없이 피가 흐르듯이. 뚝뚝 한방울씩. 내가 어릴 때 병약하기는 했지만 고통은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엄마에게서 시작됐다. 46쪽

내 삶이 시작할 때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은 추위에 몸을 녹여주는 따스한 바람이었다. 48쪽

내 삶이 시작하는 순간에 사랑과 미움이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둘의 감정이 공존하면서 때로는 상처에 연고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연고가 독이 되어 상처를 덧나게 만들기도 했다. 49쪽

저자는 아돌피나의 목소리를 통해 죽음, 광기, 사랑에 관한 광범위한 통찰과 과학, 자연, 예술, 삶에 관한 사색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살다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이 찾아온다. (중략) 하지만 처음 겪은 고통만이 진정한 고통이다. 나머지는 모두 처음의 고통을 통한 아픔이다. 이후의 모든 고통에서는 첫 고통에 닿을 때만 무지근하게 아프고, 첫 고통과 유사한 면이 있을 때만 아프다. -63쪽

소설은 마케도니아어로 쓰인 탓에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유럽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30여 개국에서 출간 계약이 이루어지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흔치 않는 소재를 따라가다보면 묵직한 주제와 만나고, 그로부터 자연스레 인생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이해와 수용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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