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보낸 '세계문학 초대장'
작가가 보낸 '세계문학 초대장'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3.12.17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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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100여 명이 쓴 세계문학 '서평'

[북데일리] 고전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농담이라고는 씨도 안 먹히게 생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죠, 덩치는 어찌나 큰지 함부로 덤벼들었다가 혼쭐날 것 같죠, 딱 심술맞고 꼬장꼬장하고 냄새나는 노인네 같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그런 노인네와 한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중략) 그런데 이 꼬장꼬장한 노인네, 조금만 친해지면 꽤 재밌어집니다. 귀여운 구석도 있고요. -천운영

고전읽기의 부담감을 적절하게 비유한 글이다. 많은 이들에게 고전은 미뤄놓은 숙제 같은 것이다.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문학동네. 2013)은 숙제를 위한 참고서 같은 책이다.

첫 작품 <안나 카레니나>를 필두로 <위대한 개츠비>나 <톰 소여의 모험>에 이르기까지 고전 혹은 세계문학을 두루 다뤘다. 1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100여 작가들이 안내한다. 문학이라는 모험의 초대장 같다.

이 세계에는 대체가 불가능한 경험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것을 ‘겪으’려는 이들이,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어떤 소설이 그런 유일무이한 경험을 줄 수만 있다면, 그 작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찾는 독자들께 이 책을 권한다. -김영하, <염소의 축제>에 대한 글

서평이라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게, 자유분방하게 쓴 점이 돋보인다. 책에 관한 에세이 같기도 하고, 편지 같기도 하다.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기호를 읽을 수 있으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독법도 배울 수 있다. 그리하여 읽었던 책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참신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절로 인다. 이런 느낌은 천명관 작가가 쓴 글과 딱 일치한다.

‘그런 책들이 있다. 책장을 열기 전 표지와 저자의 이름을 번갈아 쳐다보고 눈대중으로 두께를 가늠해보며 마라톤 출발선상에 선 선수처럼 긴장과 흥분, 기대와 각오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게 되는 그런 소설 말이다.’

작가가 작가를 읽고, 독자는 두 작가를 동시에 읽는다. 그럼으로써 작가의 내밀한 속내를 엿보는 재미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작가가 부러워하는, 절망하는 작가를 읽는 재미는 짜릿하다.

‘또 그런 작가들이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는 어떤 높이(깊이가 아니다)에 절망해 망연자실, 또 한숨을 내쉬게 되는 그런 작가 말이다.’ (천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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