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에서 좌절한 지식인으로
신동에서 좌절한 지식인으로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3.12.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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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의 불화 상징하는 <매월당 김시습>

[북데일리] 세살 때부터 문장을 엮고 다섯 살에 <중용>과 <대학>을 떼어 천재로 이름을 날렸으며, 세종의 부름을 받고 대궐에 나아가 시를 지어 ‘오세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조의 왕위 찬탈 뒤 세상에 대한 뜻을 접고 스스로 중이 되어 전국을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이 글속의 주인공은 매월당 김시습(1435~93)이다. 2200여수의 빼어난 시를 남긴 천재 시인이자 탁월한 문장가였고, 백성의 편에 서서 당대의 정치적 타락을 매섭게 질타한 비판적 지식인이기도 했던 그의 삶이 소설로 복원됐다.

<매월당 김시습>(창비. 2013)은 조선 초기 문인이자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의 삶을 특유의 유장한 가락으로 되살렸다. 이번에 나온 책은 개정판이다.

작가는 김시습의 삶의 진수를 한학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특유의 유장한 문장으로 형상화해낸다. 아무래도 역사 소설은 작가의 프레임이 중요하다. 작가의 말.

“당대의 지성과 기개와 고절의 표상인 이른바 생육신으로서의 매월당의 모습보다 새롭고도 파격적인 의식과 주제와 방법을 제시한 문인으로서의 매월당, 선구적 저항시인으로서의 매월당, 그리고 그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에 초점을 뒀다.”

소설은 김시습이 설악산의 관음암에 머물던 쉰살 무렵부터 채 예순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의 그의 만년의 행장을 기본 줄기로 하여, 사이사이 그의 생애와 조선 초기의 혼란한 사회상을 회상과 설명을 통해 제시하면서 진행된다.

이문구는 이 소설의 집필동기를, 당시 숱한 문인들의 수난을 목격한 데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김시습을 “우리나라 최초의 저항적 지식인이자 시인”이며 “시대와 불화하면서 살아낸 재야 문인의 전형”이라 평가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매월당 김시습>은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문인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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