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3.11.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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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시한부' 한 남자의 엉뚱, 기발한 이야기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북데일리] 인생이란 무대에서 이런 대사를 읊어야 하는 배우는 어떤 상황일까. 답은 시한부인생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예담. 2013)은 ‘인생 최악의 곤경에 처한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20여 년간 일본 예능방송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저자가 어느 날, 다음 프로그램의 기획에 대해 고민하다 흥미로운 발상이 떠올랐던 것. 생각 속의 남자 속에서 일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온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관련 내용을 소설화했다. 소설의 주인공 미무라 슈지는 경력 22년의 방송작가이다. 작가의 삶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인 셈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솔직함과 유머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보람인 그는 어느 날 의사로부터 췌장암 말기, 그리하여 앞으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의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때마침 자신이 맡고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시청률 저하로 폐지될 수 있다는 담당 피디의 말을 듣게 되자, 어떻게 아내에게 털어놓을지 고민한다.

결국 슈지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가족의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그 순간 ‘아내를 위해 시한부 인생 6개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 작전은 마치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처럼 다가오고, 모두에게 최선일 수 있는 기획을 짜기 위해 고심하던 슈지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아내를 결혼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점점 살 수 있는 날들은 줄어들고 아내를 결혼시키기 위한 온갖 기획안을 검토하던 가운데 최근 유행하는 미혼여성의 결혼관을 조사하며 본격적인 아내의 ‘결혼활동’에 나선 슈지. 방송국 AP를 통해 미팅 프로그램에 참가하는가 하면 괜찮은 주변 방송인들 중에서 아내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상대를 물색해보기도 하지만 모두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슈지는 가장 잘나간다는 결혼상담소 소장을 찾아가 자신의 상황을 모두 털어놓은 뒤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내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상대를 찾아내는데, 가장 어려운 최종 관문인 아내와 헤어지는 작업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한부 인생 6개월을 선고받은 한 남자가 벌이는 엉뚱하고 기막힌 이야기의 백미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다. 아래 글이 그게 관한 멋진 은유다.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추웠다. 하지만 겨울에 져서는 안 된다. 봄이 올 무렵에는 아내의 새로운 인생에 벚꽃이 활짝 피게 해줘야만 하니깐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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