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2013. 웅진지식하우스)에 대한 임경선의 추천사다. 그렇다. 고혹적인 여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유혹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연애 지침서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프랑스 식 유혹, 그러니까 프랑스의 모든 것을 말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파리 통신원으로 프랑스에 살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취재한 내용이다.
책은 프랑스 사람들의 삶, 사랑, 정치에 대한 주제를 솔직하게 다룬다. 그녀는 손등 키스로 인사를 한 시라크 대통령, 모델, 작가, 사회학자, 요리사, 패션 디자이너, 컨설턴트 등 다방면의 유명 인사와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인인 그녀가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주목한 건 어디서나 마주하는 유혹이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유혹은 삶이다. 그들에게 자신을 꾸미고 치장하는 건 습관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자존심이다. 베르사유는 사치와 쾌락의 상징이 아니라 신화적 존재이며 7년마다 도색을 하는 에펩탑은 예쁘게 치장한 여성이었고, 가루가 아닌 정육면체 설탕을 고집하는 이유도 그러했다. 뿐만 아니라 향수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자신만의 고유한 향은 세상을 향한 은은한 유혹인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혹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례한 사람으로 간주될 겁니다. 하지만 유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선 안 돼요. 프랑스식 유혹은 특정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향해 하는 경우가 많아요. 계획도 필요 없죠.” 미국 정치를 전공한 정치학자 바샤랑이 지적했다. 우리 모임의 한 작가는 유혹을 “숨 쉬는 것처럼 본능적인 것” 이라고 설명했다. 164쪽
이렇듯 프랑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받을지 모르는 눈길을 중요하게 여긴다. 은밀한 눈길이라는 게 포인트다. 그러므로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동네 빵집이나 슈퍼에 갈 때에도 차려입고 나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바게트를 사들고 올 때라도 말이다. <엘르>의 칼럼니스트 미셀의 조언을 보면 그들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높은 구두를 신고 있을 때는 스커트가 너무 짧아선 안 돼요. 큰 보석들은 수수한 옷에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할 수도 있지만 포인트를 주려면 한 가지 이상은 금물이고 최대한 두 가지까지만 허용합니다. 늘 에로틱한 것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진 않죠. 프랑스에서 아름다움은 밍크 안감을 덧댄 트렌치코트처럼 지극히 내면화되어 있습니다.” 201쪽
유혹이라는 말을 가장 잘 멋지게 활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단순한 유혹이 아닌 유혹이라는 유전자를 가진 프랑스 대한 책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프랑스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매력적인 프랑스의 속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