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피카소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연대순으로 따라가며 그의 미술에 영향을 미친 친구와 협력자를 통해 피카소를 말한다. 피카소는 1881년 스페인에서 교사이자 화가인 아버지와 강한 신앙심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화가였던 아버지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열네 살에 그린 그림은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작품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의 초기 작품들은 무척 생경하게 다가온다.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인 작업에 몰두한 피카소의 작품에는 당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거나 시작된 것이 많다. 책은 피카소의 작품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피카소의 상황(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거나,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누구와 교류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분명 앙리 마티스의 <삶의 행복>에 보이는 쾌락적 원시주의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시도였다. 이 작품은 일종의 상실한 낙원의 그림, 즉 화려한 색채에 황홀경으로 몸을 뒤틀거나 원시적 자유분방함 속에서 춤을 추는 그룹과 고상한 개인들로 가득한 행복하고 관능적인 회화다.’ 40쪽
피카소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케치를 한 습작을 많이 볼 수 있다. 연대순으로 수록된 작품을 통해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그가 파리에서 연극 무대를 맡고 발레가 그의 창작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책엔 친구들과 교류한 흔적인 편지나 사진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전시회나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기록이니 책을 통해서만 피카소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반갑다. 회화, 조각, 석판화, 도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된 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작은 글씨를 따라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피카소를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피카소를 배울 수 있다.
‘미술가로서 오랜 생애를 거치며 피카소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양식과 매체를 탐구하였다. 대개 그는 어떤 특별한 의도 없이 그가 존경하고 부러워한 대가들에게 단지 도전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미술을 차용하였다. 이것이 아마도 그의 생애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었고 알찬 결실을 맺은 부분일 것이다.’ 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