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599>필사-달밤 송사리 떼
[365 글쓰기 훈련]<599>필사-달밤 송사리 떼
  •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대표
  • 승인 2013.04.10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오늘은 <백치 아다다>로 유명한 계용묵 작가의 글입니다. 70년 전에 쓴 글이지만 아름다움은 한 자도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사물이라면 먼지가 끼고 낡아 헤어졌겠죠. 동네 근처 개울이나 하천가에 앉아 작가와 함께 송사리 떼를 바라보는 듯 합니다.

<599> 달밤 송사리 떼

[글쓰기훈련소] 스무날 달이 하늘에 밝다. 누동섶 개천에 돌돌돌 무소리가 청아하다. 달밤의 물소리는 이상히도 마음을 당긴다. 담배를 붙여 물고 누동으로 나갔다.

한바퀴 뚜렷한 달이 개천 속으로 떨어져 잠겼고, 물을 헤치고 달을 찢으며 잘박잘박 역류하는 송사리 떼-귀엽다 말을 할까, 나불거리는 지느러미, 오물거리는 주둥이, 달빛에 번득이는 찬란한 비늘-몸을 뒤챌 때마다 눈이 부신다.

물 속에 가만히 손을 넣으면 놀라서 흩어진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다시 송사리 떼는 몰려와 툭툭 하고 길을 막는 손바닥을 주둥이로 치받친다. 정신을 차려먹고 날쌔게 줌을 쥐니 포드닥 줌 안에서 한 마리의 송사리가 생명을 원하는 듯 꼬리를 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