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보는 아들에게 들려준 `예쁜 동화`
앞 못보는 아들에게 들려준 `예쁜 동화`
  • 북데일리
  • 승인 2007.02.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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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버드나무 숲 속에는 전혀 다른 친구들이 살고 있다. ‘래트’는 강가에서 보트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시 읊기를 좋아하는 물쥐이다. 잘못을 저지른 친구에게는 상당히 단호한 편이지만, 친구가 상처를 입을까봐 이내 감싸 안아 주는 배려심 많은 친구이다. 게다가 소풍 도시락이나 모울네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래트가 얼마나 꼼꼼한지 알 수 있다.

‘모울’은 어느 날 래트라는 친구를 만나 어둡고 답답한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온 두더지이다. 원래 호기심이 많았던 모울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세상에, 세상에!”라는 말을 연발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한다. 덕분에 모울의 사고 뒷수습은 항상 래트의 몫이다.

‘토드’는 ‘토드홀’이라는 멋진 대저택에 사는 두꺼비로 자존심이 세고, 허영심이 아주 많다. 그러나 천성은 착한 두꺼비라서 친구들의 한마디에 이내 자신의 주장을 꺾곤 한다. 변덕쟁이 토드는 고속도로에서 본 자동차에 마음을 빼앗긴 이후로 사고뭉치로 돌변한다. 자동차 사고를 내기도 하고, 자동차를 훔쳐 감옥에 가기도 하며, 급기야는 탈옥까지 하게 된다.

‘배저’는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오소리 아저씨이다. 배저 아저씨는 워낙 동물들을 싫어해서 보통은 혼자서 조용히 집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꼬마 친구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타나서 도와주고, 꼬마 친구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꼬마 친구들의 아버지처럼 따끔하게 타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배저 아저씨의 절친한 친구가 토드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물쥐, 두더지, 두꺼비, 오소리라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제외한다면, 그들이 사는 모습은 우리들이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른 모습의 친구들, 그들은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런 따뜻한 정이 넘치는 버드나무 숲 속 이야기에는 사실은 이보다 더 따뜻한 아버지의 정이 담겨져 있다.

동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시공주니어. 2003)의 줄거리다. 작가 케네스 그레이엄은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꾸며냈다. 안타깝게도 케네스 그레이엄의 아들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기차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의 아들뿐만이 아니라 영국의 모든 아들들에게 멋진 ‘고전’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이 동화의 삽화를 그린 사람은 ‘곰돌이 푸우’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이다. 또 그는 <메리 포핀스> 시리즈의 그림을 그린 메리 쉐퍼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동화 속 주인공들이 아니라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만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그는 이토록 생생한 그림들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바라보았을까? 동물들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다.

일상이 너무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나 내가 너무 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런 수채화빛 나는 동화를 꺼내어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도 살짝 웃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책 제목이 너무 예뻐서 펼쳐 들었는데, 언젠가 내 무릎 위에 내 예쁜 아이를 눕혀 놓고 동화책을 읽어줄 날이 온다면 그때 꼭 다시 읽어 주리라.

그나저나 대체 버드나무에 바람은 언제 불었던 거지?

[이명희 시민기자 heeya1980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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