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투자원금,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아~ 투자원금, 그 돈이 어떤 돈인데..
  • 송영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0.06.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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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리치]주식투자를 하면서 본전생각 안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필자가 아는 J씨는 90년대 말 대기업에서 명퇴한 사람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갈 곳이 없어 찾아온 곳은 바로 증권사 객장. 3백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벤처 붐이 일면서 상한가를 치는 코스닥 종목이 많았다. 3백만원은 단 며칠 만에 5백만원이 되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던 J씨는 차라리 주식투자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투자금을 3천만원으로 늘렸다. 종종 일부 종목에서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이미 수익을 낸 것이 있어서 원금이 깨지지는 않았다.

당시 직장도 없었던 J씨는 주식투자로 월급은 안되도 생활비 정도는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액을 5천만원으로 늘렸다. 근데 웬걸? 그 때부터 큰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불과 1주일만에 5천만원이 3천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한가 두 번 맞으니 다른 종목에서 약간 수익을 내도 원금 회복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그래서 명퇴금을 더 빼내서 1억원의 투자금을 만들었다. 그동안 잃어버린 돈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원금만 되면 주식투자는 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회복은 커녕 더 깨지기만 했다. 원금을 가능하면 빨리 찾고자 은행에 예치해 두었던 명퇴금을 빼내 주식투자에 올인 했지만 투자금은 날이 갈수록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그러기를 2년... 명퇴금 3억은 온데 간데 없고 주식계좌에 300만원 정도만 남아있었다. 20년간 대기업에서 벌어놓은 명퇴금을 단 2년만에 다 날려 버렸다.

원금집착형 투자자에게 주식은 고민덩어리일 뿐

J씨와 같은 주식투자자가 많다. 최근 1년간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아직도 손해보고 있는 투자자도 많다. 주식투자는 본질상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J씨는 처음에는 수익이 나서 좋았지만 손실이 나자 원금에 집착했다. 큰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집어넣고 원금만 회복되면 더 이상 주식투자를 안겠다고 했다. 자신의 투자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해서든 원금을 찾으려는 집착만 강했다.

원금에 집착하는 투자자는 원금손실을 우려한 나머지 수익을 잘 내지 못한다. 하락장에서 원금이 깨질까봐 빨리 빠져 나오기는 하지만 상승장에서도 원금손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주식으로 돈 벌기가 힘들다.

원금집착형 투자자는 본전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래서 손실 나던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가 추세상 추가 상승이 가능한 종목인데도 본전이 되면 팔아 버려 초과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식을 저가에 사겠다는 마음으로 매매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예상한 저가가 오지 않고 계속 상승해 버리면 결국 상투에서 뒤늦게 잡아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도 많다. 투자종목이 손실 나기 시작하면 손절매에 대한 판단보다는 ‘어떻게든 원금은 되어야 팔 텐데’ 하면서 막연한 걱정만 하게 된다.

원금을 중시하는 투자자는 투자성향으로 볼 때 위험회피형에 속하기 때문에 수시로 원금이 깨질 수 있는 주식투자는 적합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없다.

원금집착형 투자자는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았다 해도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원금집착형 투자자는 주식투자의 속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주식투자를 계속하겠다면 원금집착을 떨쳐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계속 실패하게 될 것이고 투자손실은 점점 더 커지기 십상이다.

원금회복에 대한 집착보다 다음 세 가지가 우선이어야 한다.

첫째, 투자공부를 먼저 하라.

둘째, 소액으로 실전매매를 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투자원칙과 기준을 세워라.

셋째,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원칙과 기준에 따라서만 매매하라.

[아이엠리치 송영욱 칼럼니스트 / 새빛에듀넷 이사 ‘대한민국 펀드교과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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