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칼럼]학력과 부의 세습시대를 넘어서
[최영욱칼럼]학력과 부의 세습시대를 넘어서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11.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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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칼럼]학력과 부의 세습시대를 넘어서

 

지난달 경향신문에 실린 '서울대 계층균형선발도 도입할 만하다'라는 사설(10월28일자)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사설은 "서울대가 이 제도를 도입한다 해서 '학력세습'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오로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받을 기회조차 봉쇄당하는 빈곤층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현실적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99개 고교 재학생 1천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상위 소득계층학교 수능 표준점수가 최하위에 비해 20점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월평균 사교육비도 두 계층간 4배이상의 차이가 나 학력 세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도 학력 세습이 부의 세습을 낳은 악순환구조가 한국과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경제활동에 따른 소득의 편차나 고수입의 조건에 학력(學歷), 즉 '간판'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졸자와 대촐자의 초임 뿐 아니라 승진기회 역시 다르게 주어진다. 일본은 학력별 생애 연수입 통계를 비교하면 경제활동 정년을 맞은 중졸자와 대졸자의 경우 약 1억엔의 차이가 난다.

 

선진국에서는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기초복지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학력 세습이 부의 세습까지 낳는 빈부격차를 격화시키는 악순환을 우려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는 '소수자 우대제도(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해 교육, 취업, 공직자 임명, 정부계약 수주, 병원 치료, 사회 복지 등에서 흑인 등 소수 민족과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일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립대들도 이 제도를 도입, 낮은 교육 수준→빈곤 지속→낮은 교육수준 세습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있다. 입학 사정단계에서 소수민족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입학정원 쿼터제를 도입해 10% 수준에서 흑인이나 소수민족 지원자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달에 따른 생산력과 생산구조의 변화로 산업 전반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입학 여부에 따라 형성된 학력중심 사회가 IT기술의 발달로 넓혀진 교육기회를 통해 조금식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신고용 시스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벌중심 인사정책과 학력 격차 대신 전문분야와 업무수행 능력이 평가 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인터넷학습을 통한 학력(學力)쌓기가 수월해 졌으며 산업화에서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인재를 원하게 됐다.

 

일본의 미래예측가이자 국제문제 분석가인 후지이 겐키는 자신의 저서 <90%가 하류로 전락한다>에서 "피할 수 없는 양극화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계급사회의 하류로 몰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의 노동가치가 투여된 생산물과 그 잉여가치를 머릿수에 따라 배분하는 기계적 사회주의의 실패는 공정한 경쟁의 룰에 따른 차별화된 가치 배분방식 (자본에 의한 자본주의 경쟁논리와는 다른)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신계층사회에서 전문성과 실력을 통해 하류가 되지 않고 상류에 진입하거나 비하류에 남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사회적 경제활동에 발을 내딛으며 직무와 관련한 지식 습득과 전문성의 학습수준을 점차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일본 중소기업의 회사원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시마즈제작소의 무명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는 신약물질 개발에 기반이 되는 이론인 '단백질 구조해석 방법'을 발표해 노벨화학상을 받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학벌에 의한 인생의 성패는 20대의 대학입학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분야의 실력을 높여 가기 위한 노력과 평등한 기회에 있다. 학력을 쌓아 전문성을 높이고 지식사회에 적응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최영욱 재팬엔조이 대표] www.japanenjo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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