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원전 훈풍에 5조 쏟는다…삼성·현대·SK까지 합세한 이유
두산, 원전 훈풍에 5조 쏟는다…삼성·현대·SK까지 합세한 이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5.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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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SMR·가스터빈 등 5조 투자 계획 발표
삼성물산·현대건설·SK이노
원전사업 선점 두고 '각축전'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원자력 발전사업이 훈풍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소형모듈원전(SMR)이 각광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보폭이 커졌다.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 설비 주계약자인 두산에너빌리티부터 삼성물산, 현대건설,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들이 원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모습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노형은 총 71개다. 미국과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원자력 강국은 물론, 중국, 영국 등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원전을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산업 확대를 선언했다. 작년 1월 발표한 ‘원자력전략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 우리 돈 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확정했다. 국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110개 국정과제에 탈원전 폐지를 집어넣으면서 업계에서는 사업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 내년 하반기 SMR 본제품 제작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에서 사명을 변경한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전(SMR)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미국 SMR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와 SMR 본제품 제작 착수에 이어 이날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향후 5년간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에 5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투자 계획을 통해 내년 하반기 중 SMR 본제품 제작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자와 함께 뉴스케일에 1억4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와 함께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엑스에너지' 등과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기도 했다.

두산은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역점을 두는 모양새다. 회사 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한 축으로 부상한 SMR 개발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뉴스케일이 개발과 설계를 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을 맡게 되는 것으로, SMR 분야에서의 한·미 기업 간 동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삼성물산, 美 아이다호주 SMR 프로젝트 참여

삼성물산 역시 뉴스케일파워와의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오레곤주에 위치한 뉴스케일파워 본사에서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 등 최고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사의 글로벌 SMR 사업 공동 진출과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를 통해 양사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진행 중인 SMR 프로젝트에 시공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술인력 파견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 SMR은 오는 2029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또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이 글로벌 SMR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은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도 기업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한 업체다. 현재 미국 아이다호에 60MW급 SMR 12기로 이뤄진 720MW 규모의 원전발전단지를 짓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회사에 지난해와 올해 총 7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 SK이노베이션, 빌 게이츠 '테라파워'와 사업 기회 발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미국의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 기술·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량과 SK의 사업 영역을 연계해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SMR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원전 운영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이 협약을 맺은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테라파워의 SFR 기술인 Natrium™(나트륨)은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에너지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 현대건설, SMR·대형원전부터 원전해체까지 확장

현대건설은 SMR뿐만 아니라 대형원전, 원전해체 사업에도 진출했다. 먼저 대형원전 사업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대형원전 AP1000모델의 글로벌 사업 공동 참여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이번 전략적 협약을 통해 차세대 원전사업의 상호 독점적 협력과 EPC 분야 우선 참여 협상권을 확보하게 됐다. 계약 상대방인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본사를 둔 회사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5개기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원전산업 생태계 지원과 활성화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구축,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원전해체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미국의 원자력 기술 업체인 '홀텍'과 이 회사가 소유한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에 PM 계약을 포함한 원전해체 협력 계약 등을 체결했다. 홀텍은 지난해 현대건설이 SMR 공동 개발·배치 계약을 체결한 회사다. 현대건설은 이번 PM계약을 통해 공정·공사계획, 대형기기 부피감용, 화학 제염(방사성 물질 제거), 원자로 압력용기·내장품 절단 등 원전해체의 전반적인 사업 분야에 직접 참여한다. 회사 측은 이번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통해 원전해체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국내 원전해체 사업에서도 선두를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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