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쟁사는 네이버, 카카오다"...빅테크 기업 위협에 금융권 수장들, 디지털 혁신에 ‘승부수’
"우리 경쟁사는 네이버, 카카오다"...빅테크 기업 위협에 금융권 수장들, 디지털 혁신에 ‘승부수’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6.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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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디지털혁신위’ 신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디지털 기술 장착한 융합형 인재 육성’ 방점
윤종규 KB금융 회장 ‘미래 금융 패러다임 변화 선도 할 것’
그룹 수장 보폭에 발 맞추는 은행들 ‘잰걸음’
▲사진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사진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그룹 수장들이 디지털 혁신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예대마진·자산운용수익 등 이자이익 중심의 사업으로는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빅테크(BigTech)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수장들의 사업방향성 전환에 핵심계열사들도 한 몸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디지털 비전 ‘Digital for Better Life’를 선포하고 컨트롤타워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 위원회는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함께 이끌어 간다.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디지털혁신위원회는 산하에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을 구성했다. 손 회장은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업종과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그룹 내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에도 방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과 연계한 AI(인공지능) 전문가 양성 과정에 직원을 파견할 방침이다.

손 회장은 최근 AI사업 추진을 위해 구현모 KT 사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KT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 동맹에 우리금융이 참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이 디지털 현식 선포와 함께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KT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장 모두 ‘고객 중심’에 역점을 두고 내부 조직을 강화해 디지털 금융 전환에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역량 강화를 위해 다방면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2018년 10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공표한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급변하는 환경을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방향성을 정했다.

이후 전(全) 직원에 코딩교육을 실시하는 등 임직원 역량 강화를 꾸준히 진행해 온 김 회장은 올해엔 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내 디지털 부문과 IT전문 관계사인 하나금융티아이와 손잡고 'DT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출범했다. DT유니버시티는 금융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에 방점을 뒀다. 하나금융티아이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의 금융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조직 구성원 전체에 디지털 무장을 주문하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등 미래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달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금융 클라우드 이용을 위한 ‘금융보안원’의 안전성 평가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 안전성 평가는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해 109개 기본 보호조치 항목과 32개 금융부문 추가 보호조치 항목에 대한 평가이다.

KB금융그룹은 이번 안전성 평가결과를 각 계열사와 공유한다. 이를 통해 AWS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절차와 시간을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B금융그룹은 국내 최초 금융·통신 복합서비스인 ‘리브모바일(Liiv M)’ 운영을 ‘아마존 웹서비스(AWS)’로 확대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이처럼 그룹 수장들이 디지털화 전환 전면에 나서자 핵심 계열사들에서도 변화된 모습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핵심업무의 비대면화’를 디지털 전략으로 삼았다. 우리은행은 은행 최초로 모바일 웹에서 입출금 통장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을 내기도 했다. 아울러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부정대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결제 플랫폼’을 국내외에 판매하는 방식을 시작했고, 하나은행은 하나원큐(1Q) 앱을 고도화하고, 직원들의 디지털 교육을 위한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빅테크란 ‘Big’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IT기업을 의미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 상품과 유사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표적인 국내 빅테크 기업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광범위한 고객 네트워크를 무기로 기존 금융사들의 고유 역영에까지 진출하며 금융권에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사들에 위협이 되는 핵심은 기술력과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대형 IT 기업들은 그동안 쌓인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금융사들에 비해 비슷하거나 이미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사들은 빅테크 기업들보다 가격경쟁 우위를 차지하기도 어렵다. 점포를 두고 사람 중심으로 발전을 이룩한 금융사와는 달리 빅테크 기업은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무점포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사들만 하던 사업영역에 다방면적이면서도 전문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이 시장 선점을 유지하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방법 밖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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