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끝'...금융권, 빅테크 기업에 위기감 고조
그들만의 리그 '끝'...금융권, 빅테크 기업에 위기감 고조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6.1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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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게 왔다”...네이버통장, 결제시장 판도 ‘흔들’
금융사,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서 뒤처질 수도....“생존방식 변화 필수불가결”
네이버통장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월 결제금액과 연동해 100만원까지 연 3%의 금리를 제공한다. (사진=네이버)
네이버통장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월 결제금액과 연동해 100만원까지 연 3%의 금리를 제공한다. (사진=네이버)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빅테크(BigTech)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이 점차 확산하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껏 자기만의 리그에서 동일한 규칙과 규제를 적용하며 게임을 해온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로 무장된 기업들의 금융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자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위기감을 느끼는 것. 이제는 생존방식을 탈바꿈 할 때가 됐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올게 왔다”...네이버통장, 결제시장 판도 '흔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8일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이 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하는 수시입출금 CMA 통장으로, 네이버앱에서 신분증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네이버통장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월 결제금액과 연동해 100만원까지 연 3%의 금리를 제공한다.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금리가 0%대인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다. 아울러 네이버통장은 금리 외에 통장에서 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하면 최대 3%를 다시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네이버를 통한 온라인 구매 이용자 중 기존에 연동했던 계좌나 카드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구매가 일어남과 동시에 수익을 볼 수 있었던 은행과 카드사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는 네이버통장 출시를 두고 ‘올게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네이버통장이 당장 현재에 어떤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 일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금융권은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네이버페이의 월 결제자는 1200여만명으로, 분기 결제액은 5조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금리에 포인트까지 얹어주는 통장이 출시됨에 따라 결제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금융사,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서 뒤처질 수도....“생존방식 변화 필수불가결”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통장 출시를 두고 ‘올게 왔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빅테크 (BigTech)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고 또 그 영역이 점차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통장은 빅테크 업체와 기존 금융사들의 경쟁이 본격화 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빅테크란 ‘Big’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IT기업을 의미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 상품과 유사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표적인 국내 빅테크 기업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광범위한 고객 네트워크를 무기로 기존 금융사들의 고유 역영에까지 진출하며 금융권에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사들에 위협이 되는 핵심은 기술력과 가격경쟁 우위라는 측면이다. 대형 IT 기업들은 그동안 쌓인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금융사들에 비해 비슷하거나 이미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사들은 빅테크 기업들보다 가격경쟁 우위를 차지하기도 어렵다. 빅테크 기업은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서비스, 무점포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구도가 형성돼 있는 반면 금융사들은 점포를 두고 사람 중심으로 발전을 이룩했다. 최근 금융권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업무와 서비스 방식을 언택트(비대면)로 탈바꿈하는 등의 변화들이 빅테크 기업들의 발전과 무관치 않은 이유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사들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건전성 등과 관련된 규제에서는 금융사들보다 자유롭다. 일례로 금융사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신용공여를 할 수 있지만, 최근 후불결제 시장까지 침투하는 간편결제업체들은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간편결제업체 등록 허가 기준 자본금은 20억원에 불과한데 금융당국은 최근 이들이 1인당 100만원까지 후불결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기존 금융회사들에선 빅테크 기업과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빅테크에 대해 기존 금융사들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을 키워나가려는 목적에 따라 그 부분에 인센티브 비슷한 것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빅테크를 전자금융 쪽으로 유인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또 앞으로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의 갈등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상생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기존 금융사들의 생존방식에 분명한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은 위원장은 "기존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내 또는 금융업권 간 경쟁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금융산업과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비대면·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는 자금중개자로서 금융회사의 존재를 약화시키고 '인간 없는' 금융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에 금융회사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통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그는 "예대마진, 자산운용 수익률로 지탱했던 금융회사의 생존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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