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느낀 文대통령, 민간투자 촉진 방점...꺼렸던 ‘친기업 카드’까지
위기느낀 文대통령, 민간투자 촉진 방점...꺼렸던 ‘친기업 카드’까지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0.18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건적폐 외쳤지만...회심의 건설투자 카드 뽑아"
"재벌개혁은 별개?...대기업 총수와 잦은 만남 눈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숨 가쁜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기업 힘 실어주기’는 물론,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회심의 ‘건설투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들 행보는 경제·민생 분야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 투자를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일단 경기침체의 경고등이 켜지자, 그간 추구했던 기조와 반대되는 주문책도 이례적으로 내놓는 모습이다.

■ 경기부양 시급했나...눈 밖이었던 ‘건설투자’ 챙기기

문재인 대통령이 눈 밖에 났던 SOC 사업을 이제야 챙기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주력해왔다“면서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하며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투자'라는 단어를 10차례 반복하면서 투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건설투자를 강조한 것은 민간 활력 제고가 중대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높은 업종으로, 즉각 고용창출과 민간 투자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경제위기 속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정책 방향키를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문재인 정부 초기 때와는 사뭇 달라진 기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SOC 투자 확충에 대해 ‘인위적 경기부양’이라며 예산 감축 기조를 이어갔다. 과거 대통령 되기 전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적폐의 산물로 보며 토건 부양책을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인위적인 투자확대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설에 올인하는 방향으로 대전환하는 것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文대통령, 삼성·현대차 잦은 만남...‘친기업 행보’에 힘 싣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 주일새 재계 1·2위 대기업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그룹 총수와 잦은 만남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닷새 만인 15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회동 당시 두 기업의 수조원대 투자를 격려하면서 공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계획과 관련해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해 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함께해 주신 기업인,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현대차 남양연구소 방문에서는 “현대차의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 100만대 돌파는 이곳 연구원들의 공이 크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인정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에 ‘친기업 정책’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각각 9번, 11번의 만났다. 그간 재벌개혁을 앞세워 반(反)기업·반(反)시장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기업 총수들과 잦은 회동을 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선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투자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개편 등의 규제에다가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경색 등 대외적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짙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 상황을 엄중하다고 판단하면서 이제라도 ‘경제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발을 맞춰가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에 끝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