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1강1중 체제’ 재편 냅두나...삼성중공업에 쏠리는 눈
조선업계 ‘1강1중 체제’ 재편 냅두나...삼성중공업에 쏠리는 눈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2.0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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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 잠재적 인수자로 명시됐지만...사실상 참여 쉽지않아"
"현대중-대우조선 M&A...삼성중에겐 장기적으론 경쟁력 악화 "
산업은행은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잠재매수자'로 칭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은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잠재매수자'로 칭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조선업계의 사상 최대 빅딜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중공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업무협악(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회사를 조선통합법인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 분할한 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주식 전부를 조선통합법인에 현물출자 받기로 했다.

이로써 글로벌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과 2위 대우조선이 합쳐지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빅3 체제’가 ‘1강 1중’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산은은 동일한 조건으로 동종업체인 삼성중공업에 인수 참여를 역제안하며 한 달간의 검토기간을 주기로 했다. 만일 삼성중공업이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판도는 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 삼성重, “일단 검토 중”...‘이미 짜놓은 판’에 뛰어들랴

일단 삼성중공업은 산은의 역제안에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제안서를 수령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중공업은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기본합의서 체결 직후, 제안서를 받은 터라 인수참여 여부를 검토하는 데 일정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산은이 입찰 없이 현대중공업과 은밀하게 접촉해 기본합의서까지 채결한 터라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인수자로 내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짜놓은 판에 산은이 이제와서 삼성중공업에 의사를 물어보는 형국이여서 사실상 삼성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시각이 대체적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당장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지는 상황이지만,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자금 실탄까지 확보해놓은 상태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리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에 최대 19.9%까지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최대 1조8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의 인수참여 가능성을 배제한 듯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삼성중공업이 포기할 경우 3월8일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 본계약 일정이 3월8일 이전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영석,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은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양사 기술력이 통합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 독려에 나섰다.

■ 고민 깊어지는 삼성重...단기적 ‘반사이익’ 장기적으로는 ‘물음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로 삼성중공업이 악재를 맞이하게 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4093억원으로, 지난 2015년 1조5020조의 ‘적자쇼크’를 맞닥뜨린 이후 4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신규 수주 누적액은 63억 달러로 당초 목표 수주액 82억 달러의 76.8%에 그쳤다. 조선업이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 달성률이 80%를 넘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표액은 78억 달러로,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목표치를 내려 잡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축소내지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비(非)주력 분야인 건설‧중공업 부문에 대한 합병설과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사업재편이 추진될 여지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삼성중공업에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의 빅3에서 빅2로 재편되면, 궁극적으로 이전보다 과잉경쟁이 완화됐다는 점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삼성중공업에겐 단기적 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악화돼 사업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다시 짜게 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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