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범인은 가까운 곳에
살인사건 범인은 가까운 곳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0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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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여운 감도는 추리소설

 

[북데일리]우연히 한 남자의 죽음을 목격한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가 된 남자가 있다. 범죄 상식이 있어 흉기와 범행 장소의 다른 지문을 최대한 지운 치밀함이 오히려 독이었다. 해서 그 남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누명을 벗기 위해 살인 사건에 뛰어든다. 도진기 작가의 <순서의 문제>(2012.시공사) 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진구가 바로 그다. 진구에게 증권회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준 문성희가 부탁한 남편 박민서의 뒷조사가 이렇게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줄 알았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나를 아는 남자>(2012.시공사)는 진구가 직장 상사이자 문성희와 별거 중인 박민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다. 내연녀와의 만남을 위해 비운 집에서 증거를 찾으면 끝나는 듯했다. 비어 있어야 할 집에서 박민서의 죽음과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꼼짝없이 범인으로 지목된 진구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까.

‘수사기관은 유죄의 의심이 있으면 기소하지만, 법원은 무죄의 의심이 있으면 방면한다.’ p. 74

법을 아는 진구에겐 지문의 조작이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누군가 다른 방문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문정희의 아버지 문기동다. 진구는 전직 경찰 출신인 문기동과 동거녀 조미연을 주시한다. 더불어 본격적으로 박민서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파고든다. 아내 문정희와 그의 아버지, 내연녀인 방수연 교수, 그를 짝사랑한 증권회사 여직원, 그가 상담을 받은 정신과 직원까지 말이다.

가까운 곳에 범인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무언가를 숨기는 문기동과 그를 협박하는 조미연의 전 남편 임재엽의 등장으로 소설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임재협을 추궁하면 어떤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돌연 그는 퍽치기를 당해 죽는다. 또 다시 진구는 용의자로 지목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가 이 소설의 장점이다. 박민서를 둘러싼 인물들이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모두 박민서의 진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박민서라는 인간의 실체를 파악하면서 진범도 드러난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잡히는 추리소설이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누군가에게 전부를 알려주는 이가 몇 이나 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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