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을 막기 위한 '가면'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한 '가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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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북데일리] 어떤 사물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모습에 따라 다르고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그러니까 인간은 때로 진짜 나를 감추기 위해 변장을 하거나 가면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매스커레이드 호텔>(2012.현대문학)에서 형사 닛타가 열흘 동안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호텔리어로 살아야 하는 이유도 그랬다.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형사들은 벨보이, 하우스 키퍼, 방문객,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며 수사한다. 범인에 대해 밝혀진 단서가 없으니 모든 인물이 용의자가 될 수 있다.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그 공간이 바로 호텔이라는 점이다. 호텔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출입한다. 닛타 형사는 나오미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고 협조를 구한다. 호텔에 대한 애정으로 나오미는 그를 돕지만 여전히 불만이다. 그러니까 닛타는 호텔에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을 의심하며 뒷조사를 하려는 반면, 나오미는 호텔리어로 고객을 옹호한다.

 소설은 호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보여준다. 인간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지, 감춰진 욕망의 크기를 낱낱이 드러낸다. 숙박부에 기재하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가명인 경우는 허다하고 남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는 위험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문도 많은 곳이 호텔이다. 내가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사람들은 모두 위험한 존재이며,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남을 속일 수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열정과 패기만 앞세운 닛세와 어리바리한 아저씨 같지만 범죄 해석과 정보 수집에 탁월한 노세와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탁월한 추리 감각을 선보이는 나오미의 활약은 소설의 흥을 돋운다. 짧은 시간 경찰이 아닌 호텔리어로 생활하면서 닛타는 타인에 대한 가면 벗기기가 아닌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오미 역시 닛타를 응원한다.

 누가 범인일지 단 한 명의 고객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독자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은 물론이며 내부의 호텔 사정을 가장 잘 알며 마스터키를 지닌 직원도 의심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예상 경로를 추리하는 동시에 인간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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