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반기는 '소울로드'
내 영혼이 반기는 '소울로드'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2.06.02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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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길, 남해 바래길...치유와 깨달음

[북데일리] 일본 규슈에 가면 제주 올레길에서 보았던 친숙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제주올레 브랜드를 일본으로 수출한 결과이다. 길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 그래서인지 각 지자체마다 길 조성 사업, ‘로드 비즈니스’가 한창이다.

분위기에 맞춰 길을 주제로 한 책들도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소울로드> (2012. 청어람미디어)는 국내에 산재해 있는 총 24개 길을 12명의 소울로더를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 소울로더는 세 부류(문화사학자, 예술가, 길을 조성한 사람)로 나뉘는데, 길 위에서 얼마나 다양한 철학이 가능한지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이다.  

소개하는 길은 각 필자에게 의미가 있는 길이 선택되었다. 관광가이드북과 기행문, 수필이 혼합되어 있다고 할까.  첨부된 사진들은 예술 사진에 가깝다. 사진을 보며 글을 읽다보면 마치 글쓴이와 함께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을 <소울로드>가 아닌 <소울로더>로 다시 지어주고 싶다. 길 자체보다는 길을 소개하는 작가의 사연이 더 진정성있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길을 한참 걷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에워싼 삶의 더께가 개부심 되는 듯한 싱그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말갛게 씻겨진 의식으로 치유된 영혼이 삶 결을 돋우는 경이로움! 신장암으로 죽음의 사선에서 돌아온 박순자 시인의 글에서 우리는 이러한 감동을 공유하게 된다.

“암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는 가위가 아니라 허름한 욕망을 걷어내는 처방전이 되었다. 길 위에서 타인의 꿈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침묵으로 건져 올린 발효된 생각들. <너는 왜 살고 싶니? 너는 어떻게 살아왔니? 너는 어떻게 살아갈 거니?> 바닷바람은 맑게 나를 헹구어주었다.” P98

소개하는 24개의 길 가운데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청산도길>과 <남해 바래길>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숨결이 소박하게 묻어 있는 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해 바래길은 자연의 길이고 인간의 길이며 인간의 살림살이가 자연의 리듬에 공명하는 척박한 남해 섬사람들의 생활정서와 애환이 담긴 길입니다.” P106

로드 비즈니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제주의 길’ 안내가 주마간산으로 끝난 것은 아쉽다. 언틀먼틀 쌓은 제주의 강담 위로 곧추 서는 태양을 바라보면, 길이 고무락고무락 꿈틀대는 듯한 착각을 느낄 때가 있다. 살아있는 길이다. 강원도에서 남해에 이르는 고러조러한 길들과는 사뭇 다른 개성이다. 어느 길을 걸어도 결국 큰길에서 마주보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도 자연을 닮아있다. 화룡점정이 빠져 있다고 할까? 책을 덮었을 때 왠지 골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이다.

소개하는 각 길마다 <내 마음의 걷기 여정>이란 간단한 지도가 실려 있다. 총 길이와 소요시간, 주요 방문지가 적혀 있어 참고가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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