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서 살아볼까
제주도에 가서 살아볼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5.2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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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직장에서 벗어난 '13인의 정착기'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북데일리] 최성원의 노래 ‘제주도 푸른 밤’을 듣고 있으면, 당장 짐을 싸 제주도로 훌쩍 떠나고 싶다. 하지만 여행자로서 제주도를 찾았을 때 느끼는 낭만적인 기분과, 실제 그곳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현실은 아주 많이 다르다.

<제주 보헤미안>(시공사. 2012)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제주도로 옮겨 온 13명의 제주 정착 이야기다. 그들은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힘든 직장과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라서 제주에 왔다.

제주도 산속에 일식집을 연 40세의 요리사 김승민씨. 그전까지 그는 서울의 유명 일식당에서 이름을 날리던 일류 요리사였다. 당시 그의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사는 것. 하지만 악화된 아내의 건강 때문에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에서 요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연고 하나 없는 제주도로 내려가겠다고 하자, 주변사람들은 극구 만류했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요리’라는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그는 제주도에 내려와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에게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해요”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거침없이 해준다고 한다.” (p14)

마음 맞는 두 여자가 함께 초콜릿과 꽃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 ‘달빛봉봉베란다’. 장길연은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거쳐 IT기업에 재직하다 제주도에서 터를 잡았다. 그녀는 ‘바람스테이’와 ‘바람도서관’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제주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녀와 함께 하는 손은정은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아직까지 이런 저런 두려움 때문에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한 달에 한두 번 꽃다발을 두 손 가득 사안고서 제주에 오고 있다.

"제가 쉽사리 자리를 박차고 제주도로 오지 못하는 이유요? 바로 그게 아닐까 싶어요. 도시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그렇다면 대체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여전히 탐색하는 과정인 거 같아요.(...) 아직은 반반이에요. 정말 반반!“ (p120)

그들의 작업 공간이자 놀이공간에 대해, ‘아직 버틸만한 적자’라며 장길연은 말한다.

“단순히 이익창출이라는 비즈니스 개념에 휩쓸리지 말자는 나름의 신념이 있어요.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에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단순히 결과에 치중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p124) 그녀들의 최종 목표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이외, 책에 수록된 다양한 직업의 이주민들도 저마다 현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들을 전해준다.  현지인들의 텃세부터, 무조건 경치 좋은 바닷가에 집을 구했다가 바람과 모래, 습기 때문에 낭패 본 이야기. 변덕스런 날씨 탓에 날씨에 예민한 사람은 이주를 말리고 싶다고 말한다.

사는 게 힘들고 지칠 때, 사는 장소를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은 제주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막연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현재 위치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더불어, 책의 말미에 있는 '제주 취재 노트'와 '제주 정착 노트', '제주 여행 노트'도 제주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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