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쁜 '우리의 슈퍼맨 아빠'
너무 바쁜 '우리의 슈퍼맨 아빠'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5.0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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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위해 고군분투...아이는 야속하기만

[북데일리] 쫄쫄이 바지 위에 팬티를 덧입은 채 빨강망토를 두른 세기의 슈퍼 히어로. 그는 클립톤 행성 머나먼 별에서 온 외계인이다. 지구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바로 지구인의 영원한 영웅 슈퍼맨. <아빠는 슈퍼맨 나는 슈퍼보이>(2012.시공주니어) 주인공 명수에겐 슈퍼맨 아빠가 있다. 뭐든 척척 다 해낼 것 같은 별명 같지만 아빠는 지구인을 지키느라 자신의 가족은 지키지 못하는 이 시대 바쁜 가장이다.

‘아빠랑 하루 종일 놀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명수의 애처로운 대답에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대공원 캠프에 아빠와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약속시간에 또 늦은 아빠는 슈퍼맨 복장을 하고 나타나 광고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그것도 명수네 반 친구들 앞에서 말이다. 명수를 발견한 아빠는 “아들, 왔어?” 알은체를 한다. 순간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아찔해지는 주인공은 뿅하고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다.

“바빠!” “피곤해!” “이따 통화하자!”를 입에 달고 사는 아빠는 ‘자동차 판매왕’이다. 홍보를 위해서라면 슈퍼맨 복장도 마다하지 않는 아빠는 늘 부재중이다. 명수는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동생 때문에 배가 남산만한 엄마의 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네. 고객님~!” 수십 통의 전화만 받는 슈퍼맨에게 불만이 한 가득이다.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는 정말 열심히 일하며 동분서주 하지만, 정작 가족의 원성을 듣게 되는 씁쓸한 상황. 아이의 눈에는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 명수는 아빠 얼굴이 그려진 전단지가 땅바닥에서 밟히는 것을 보게 되고. 전단지로 종이접기를 하려는 친구와 멱살잡이를 하게 된다. 분명 야속한 아빠지만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건 가슴 아픈 주인공 명수.

작가는 슈퍼맨 가족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한 진실의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아빠는 슈퍼맨 나는 슈퍼보이>를 통해 그 보편적 진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이야기의 ‘슈퍼맨’이라는 장치는 아빠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대변한다. 홀로 외롭게 세상 속에서 싸워나가야 하는 가장의 어려움을 말하며 아빠에게 힘이 되어주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초반부부터 전개되는 갈등구조는 중후반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아빠의 부재’ 가운데 자라는 아이의 삶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쁘게 사는 부모들에 대한 질책이 아니다. 부모들의 처절한 생존모습을 보여주며 공평한 시선을 던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반부부터 긴장감 있게 진행된 갈등이 끝부분에 급작스럽게 해소되어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약간의 에피소드를 덧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아빠는 슈퍼맨 나는 슈퍼보이>는 이 시대 진정한 ‘가족애’를 모순 없이 애잔한 감동으로 전한다. 모든 일을 ‘바쁜 아빠 탓’으로 돌리는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외면당하는 아빠들에게 위안이 될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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