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뒷골목서 만난 한-불 인연
프랑스 뒷골목서 만난 한-불 인연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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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항상 본전 이상의 것을 가르쳐 준다.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이 즐거운 것으로 바뀌고, 이 세상에 볼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여행을 통해 ‘내가 너무 속 좁게 살아왔구나’라는 반성도 할 수 있고, 정신이 건강해진다. (중략) 여행을 갔다 온 후 직장에 복귀하면 힘이 솟는다. 열심히 일해서 내년에도 여행을 가겠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본문 중)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저마다 떠나는 이유를 가슴에 품은 채 사람들은 매일 출발한다.

홍하상의 <프랑스 뒷골목 엿보기>(예담·2005)는 우선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그러나 `뒷골목`에 너무 기대를 하면 제풀에 식상하여 자칫 책의 진면목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전문 다큐멘터리 작가` 홍하상은 일반 여행자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4년간 총 네 번에 걸친 저자의 프랑스 일주 경험이 근간을 이룬다. 잘 만든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발길따라 전개되는 자연스러운 여정은 독자에게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다.

<프랑스 뒷골목 엿보기>는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서적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보다 심도 있는 프랑스 여행법을 소개하지만 한국인에게 익숙한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도 적잖은 비중을 두며 여행을 계획중인 초보여행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여행 선배로서 `항공권 싸게 사는 법`, `바가지 안 쓰는 법` 등 노하우에 대한 귀뜸으로 초보 여행자에게 첫번째 골목을 안내한다. 주의 사항을 숙지하고 나면 다음 골목부터는 본격적인 `홍하상식 프랑스 엿보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과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과 샹젤리제 거리, 그리고 프랑스의 자랑 베르사이유 궁전...

단체 패키지에서 울궈먹는 일정표는 다분히 환상적이다. 하지만 매혹적인 프랑스 여행의 실상은 `파리`의 화려함만 카메라에 담은 채 다시 국경을 넘는 교통편에 몸을 실어야 한다.

현란한 도시 파리에 가리워졌던 프랑스 어느 시골마을의 조용한 뒷골목 풍경에서 오히려 한-불의 끈끈한 인연을 발견한다.

"파리 외방 전교회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포도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도 앙투완 신부의 공로다. 미사용 포도주를 조달하고 궁핍한 안성 농민의 부업을 위해 32종의 포도나무를 프랑스에서 가져다 심었는데... 오늘날 안성을 포도 고장으로 널리 알려지게 만들었다. 공베르 신부는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납북되어 1950년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앙투안 공베르 신부의 고향 캄블라제에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본문 중)

홍하상의 `뒷골목`은 화려한 파리에 가려진 지방의 소도시들이다.

<미슐렝 기드>처럼 철저한 가이드 맵은 아닐지라도,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알프스까지, 와인의 고장 보르도에서 영화 `남과 여`의 무대 도빌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소박한 프랑스 문화체험`은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이국적인 사진과 곁들여 독자들의 역마살에 불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파리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 곳의 가을 하늘과 그 곳의 추억, 그 곳의 우수를 평생 가슴에 담고 산다. 힘들고 괴로울 때 파리의 추억을 한 조각 뜯어 먹으면 왠지 다시 희망이 솟는다. 파리에 가봤거나 가보지 못한 분들이라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프랑스에서의 찬란한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 (개정판 인사말)

여행을 떠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인생이 때로 슬픔이고 아픔이라 할지라도, 지난 날 이국땅에서 마주친 낯선 거리의 풍경을 반추하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관광객으로 부산한 광장보다 길을 잃고 우연히 들어선 조용한 뒷골목의 풍경이 더욱 가슴에 남는다. 저자는 `화장안한 여자의 맨 얼굴`같은 뒷골목에서 저마다 인생을 가꾸며 살아가는 프랑스의 참모습을 소개한다.

(사진 = 미셸 노리스 작품, 출처 www.mnorris.net.nz/photography.html) [북게릴라 손영주 객원기자] saverin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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