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유난히 춥다는데...고민 쌓이는 증권맨들
올 겨울 유난히 춥다는데...고민 쌓이는 증권맨들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9.2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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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돈 안된다" 우울한 전망...이직-창업 고민 많아
▲ 최근 증권가 직원들 사이에서 직종 구분 없이 이직이나 직종 변경, 자영업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네이버)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모 증권사에 근무하는 A과장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명이 짧은 직종 특성 탓에 언제 소리소문 없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 회사를 그만 두고 전문 데이트레이더(Day trader)가 될지, 자영업을 할 지 고민이다.

최근 들어 이직이나 직종 변경, 창업 등을 고민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증시 박스권으로 운용 손익 부진이 증권사 이익 감소로 이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증권사(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의 지난 2분기 합산 순이익은 3,115억원으로 직전 분기에 비해 7.1% 감소했다.

불구하

이에 따라 직원도 줄고 있는 추세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 2011년 12월 말 기준 4만 4060명을 기록하다, 지난해 9월 3만6096명까지 줄었다. 또한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5938명으로, 직전 분기인 3월 말 3만6235명보다 4.7%(297명) 감소했다.

증권사별로는 지난 6월 희망퇴직을 받은 대신증권이 가장 많이(90명) 줄었고,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는 미래에셋대우도 43명 감소했다. 다음으로 교보증권(33명), NH투자증권(27명), 한화투자증권(28명), 토러스투자증권(24명) 순이었다.

특히 올해 A증권사 직원들은 합병 이후 첫 구조조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원들이 희망퇴직 여부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81%가 찬성으로 결론난 터이다.

■ 구조조정 칼바람 앞에 늘 마음의 준비 하고 있다

증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모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안 좋아 채권평가손실도 크고, 주식시장이 안좋아 지수도 움직이지 않으니 거래도 안 좋은 편이다"며 "이끌고 있는 팀 수익이 안 나는 차부장급들은 구조조정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린 식구가 많아 직장을 나갈 순 없는 상태지만 언제 내칠지 몰라 사업을 구상 중인 직원들도 있다.

B증권사에 재직중인 모 씨는 "최근 증권업 분위기가 좋지 않아,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에 나가라고 하면 여행을 잠시 떠날 계획이다. 다녀와서 항상 구상하고 있던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직은 괜찮은 퇴직금 혜택을 기회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C증권사에 재직중인 한 증권사 여직원은 "임신을 해서 회사를 그만둘지, 잠시 휴직을 할지 고민이었는데, 구조조정으로 두둑한 퇴직금이 나온다는 소리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 자발적으로 나가면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강제로 나가게 되면 그런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직을 한 사례도 적지않다.

D증권사에 근무하면서 유가증권 시장을 분석하던 애널리스트는 최근 회사를 옮겼다. 그는 "애널리스트도, 타 증권사도 아닌 완전히 다른 직종의 회사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수요 역시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이 계약직이라 구조조정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E증권사에 재직했던 한 고위급 간부 역시 몇십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떠나고 중소기업에 새로 취직했다. 재직 당시엔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았지만 새롭게 재직한 중소기업에선 연봉이 4000만원 정도로 60% 삭감됐다.

하지만 그는 "언제고 내칠지 몰라 두려워 하던 그때보다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 당시 증권사 동료들은 고연봉을 받고도 항상 전전긍긍하고 사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면,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에 있는 내 동료들은 전 직장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행복해한다"고 밝혔다.

■ 증권업 성장성 매력없어.. 돈 안된다는 의식 팽배

그렇다면 증권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일까? 빠른 시일내에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정도로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대기업들 내에서 최근 증권업이 큰 돈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나오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이 재편되거나 구조조정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 실장은 "최근 증권업은 영세한 수준에서 그럭저럭 해나가는 상황이다. 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것도 아니고, 변화를 주도적으로 찾아서 해나가는 상황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박 실장은 "회사들이 부실화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을 하거나,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최근 일부 대기업 그룹사들 사이에서 증권업을 인수해보니 돈이 안되고, 자본 기회비용이 큰 업종 특성상,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문제 의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증권업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좋지 않은 편이라, 매력적인 성장성이 보이는 산업은 아니다"며 "시간이 지나도 수익이 좋지 않으면 정리하려는 증권사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융업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 지나친 고연봉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경력이 쌓여 고연봉을 받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위직 1명을 내치고, 그 돈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줄 수 있는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안정적인 직장으로만 여겨졌던 은행권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따라 구조조정 위협에 시달릴 위협이 커졌다. 정부는 금융권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상위 10% 임금 인상 자제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오늘 금융노조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은행도 증권사처럼 성과를 반영하고, 연봉에 따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더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래저래 다가올 추위가 걱정되는 금융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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