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바닥 두께 250mm까지 확대
정부도 건설사도 '바닥구조'…"근본적 해결 아냐"
"성능 검사, 전수조사로 가야"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부가 1년 4개월 만에 두 번째 층간소음 개선 대책을 내놨다. 기준 미달 현장은 준공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 대책 이후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해 온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바닥구조 개선에 집중한 정부와 건설사들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층간소음 성능검사를 전수조사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기준미달에 준공승인 불허…보완시공 의무도
국토교통부는 11일 층간소음 개선 대책을 내놨다. 기준 미달 시 준공 승인을 불허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사후검사인 성능검사의 바닥 충격음 기준은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49데시벨(dB)이다. 이는 사무실이나 가정집 주방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이다. 이를 초과하면 기준 미달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기준 미달 현장은 보완 시공이 의무화된다. 미달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다다를 경우 사업체를 공개한다. 시공사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밖에 검사 세대 수를 전체의 2%에서 5%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500세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검사 세대 수가 기존 10세대에서 25세대로 확대된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시작으로 모든 공공주택의 층간소음 기준을 1등급으로 적용한다. 바닥 슬래브 두께는 현행 210mm에서 250mm로 상향하고 층간소음 기준은 37dB이하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앞으로는 층간소음 차단 기술이 공동주택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개선 방안에 발맞춰 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바닥구조에 신기술을 입힌 보강재를 더하거나 두께를 달리하는 식이다.
■ 기술 연구소 세우고 '바닥구조' 기술에 몰두
현대건설은 경기 용인시 마북 기술연구단지에 'H 사일런트 랩'에서 개발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H 사일런트 솔루션 패키지'를 구축했다. 바닥 시스템, 평면 구조, 저주파·진동 제어 기술, 소음 감지 알고리즘 등 4개 기술을 결합한 일종의 집합체다. 지난해에는 국토부 인정기관 LH품질시험인정센터에서 실시한 바닥충격음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과 중량 충격음이 모두 1등급을 받았다.
GS건설은 건축기술연구센터 친환경건축연구팀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서 새롭게 개발한 바닥구조로 1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초고탄성 완충재와 고밀도 모르타르를 적용해 중량충격음과 경량충격음 각각 36dB, 31dB 등을 받은 결과다. GS건설은 이번 기술을 실제 공사 현장에 시공한 후 측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대규모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시공성과 고성능을 모두 충족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고요안(案)랩'에서 연구를 펼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연면적 2390㎡ 규모로 세워진 이 연구소는 삼성물산이 100억원을 투자한 시설이다. 10세대의 실증 주택과 측정실, 체험실 등이 들어섰다. 지난해 개발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은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을 받았다.
■ "원희룡, 인정해 놓고…알맹이 빠진 대책"
정부의 이번 대책과 주요 건설사들의 방점은 바닥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과 달리 벽식구조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특성 탓이다.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기가 짧은 벽식구조를 포기하기 어려워 바닥 두께만 늘리는 꼴이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바닥구조 개선은) 방음 장치를 덧대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시공상으로는 라멘구조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샘플 검사 비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층간소음이 강력 범죄까지 이어지는 마당에 검사를 받지 않는 95%를 방치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실련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동주택 95% 이상의 세대는 층간소음 실측에서 방치되는 것임을 인정했다"라며 "(이번 대책은)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5년 내 20%, 10년 내 50%, 이후 전수조사 등과 같은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살인, 폭력 등 5대 강력 범죄는 지난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