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에서 영풍제지 한 종목에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는 손을 놓은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미수금은 영풍제지의 이달 17일 종가 4만8400원 기준 시가총액 2조2497억원의 약 5분의 1, 지난 18일 종가 3만3900원 기준으로는 시총 1조5757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며,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 키움證, 영풍제지 사태로 미수금 4943억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뒤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발생했다”며 “이달 20일 기준 해당 종목의 미수금 규모는 약 4943억원이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 추후 당사의 손실과 관련한 확정사항이 있을 경우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미수금은 초단기 대출인 미수거래를 한 투자자가 증권사에게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않은 일종의 외상값이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게 증거금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 대금은 매매가 체결된 날로부터 2거래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갚아야 하는 제도로, 기한 내 결제불이행 시엔 미수금으로 처리된다. 증권사는 미수금이 생기면 고객 계좌에서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하지만 키움증권의 반대매매는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 영풍제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지난 17~18일 종가 기준 최근 1년간 주가가 각 16배, 11배 올랐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가 넘었다고 한다. 현재 영풍제지는 관련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19일부터 금융당국에 의해 거래정지된 상태다. 앞서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최대주주인 대양금속과 돌연 동반 하한가로 직행했다.
증권가에서 지적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키움증권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증거금 100%로 지정한 종목은 미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이달 19일이 되서야 기존 40%에서 100%로 변경했다. 하한가 사태 발생 당일까진 별다른 조치를 안 했다는 얘기다. 증거금률 40%가 적용되는 종목은 예를 들어 투자자가 400만원만 내면 주식 1000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나머지 600만원이 미수금이 된다. 주가조작 일당이 증거금률이 낮은 키움증권을 공략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 반대매매 하면 땡인가…리스크 관리 방치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이어 20일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과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100여개의 계좌를 동원해 11개월간 꾸준히 시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시도했으며, 혐의계좌 중 상당수는 키움증권에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영풍제지 사태는 지난 4월 24일 발생한 SG증권발 폭락 당시 라덕연 주가조작 일당 사건과 유사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주가조작 정황이 사실상 확인된 영풍제지도 유통주식 물량이 적고 공매도가 불가능하며 장기간 저평가된 ‘자산주’로 분류되는 등 시세조종이 용이한 종목으로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는 얘기다.
영풍제지는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반대매매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후폭풍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정지 조치가 만일 풀리는 경우 영풍제지는 앞선 동시 하한가 사태처럼 연일 하한가를 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별개로 대양금속은 작년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도 제기된 바 있으며,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관련 의혹을 부인한 사실도 있다.
무엇보다도 업계는 SG증권발 폭락 사태 등을 계기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온 상황이다. 영풍제지는 한국거래소가 7~8월 투자주의 종목으로도 두 차례 지정했었다는 점, 이전부터 주식 커뮤니티에선 ‘작전주’ 의심설이 파다했다는 점 등도 회자되는 만큼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거래를 막지 않았던 동기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