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2차전지 투자 쏠림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불과 50여분 만에 일제히 폭락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됐던 것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7월 26일 오후 1시 23분 경 2차전지 대형 종목들이 +20% 내외로 상승하다가 불과 1시간 여 만에 -20% 내외로 일제히 하락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 "7월 26일 2차전지 폭락, 마치 기습작전"
한투연은 2일 오전 금감원 앞에서 지난달 26일 2차전지 종목 급락 현상과 관련해 인위적 주가 조작 가능성 여부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마치 기습작전처럼 무차별 대량 공매도가 동시다발로 쏟아지면서 대폭락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작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가총액이 수십조 원 이상 되는 대형주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공매도 세력들이 불법으로 주가를 교란시킨 것"이라며 "매도가 집중된 시간에 거래주체, 물량을 분석하면 인위적 주가 하락인지 아니면 우연에 의한 하락인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월 26일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 바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오후 1시 3분께 956.40까지 급등하고 이후 급락세로 돌변해 오후 1시57분 약 1시간 만에 70.26p(7.35%) 폭락했다.
약 1시간 사이의 시장 폭락을 주도했던 건 오전 중 급등세를 보이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애프, 포스코DX 등 2차전지 종목들이었다. 특히 시총 1~2위인 에코프로그룹주 2개 종목 주가가 무너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당시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닥 거래대금이 하루 26조2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코스닥시장의 하락 종목 수도 1480개로 역대 1위를 경신한 바 있다.
개인들은 차익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에서 6174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2108억원 순매도했으며, 외국인은 8652억원 순매수했다.
공매도 거래대금도 평시 대비 급증한 모습이었다. 코스닥 공매도 거래금액은 9898억원으로 전날(4870억원), 7월 일평균(4013억원)과 비교해도 2배가량 늘었다.
공매도 주요 주체는 기관투자자였다. 전체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의 67.97%를 차지했는데, 7월 중 가장 높고 지난달 30일 30.28%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공매도 개별종목 역시 2차전지주로 쏠렸다. 에코프로비엠(4132억원), 엘앤에프(1198억원), 에코프로(1075억원), 포스코DX(197억원) 등 공매도 거래 합계가 6602억원으로 전체 코스닥 공매도의 66.7%를 차지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신규 설정금액으로 공매도 청산을 위해 장내 매수한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2차전지주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기관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비중을 늘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관은 금융투자업자, 집합투자기구, 보험회사, 은행, 연기금 등이 포함된다.
■ 공매도 금지됐는데 공매도 거래 1위
공매도가 금지된 날까지 공매도 거래 1위에 오른 종목도 등장했다.
이날 한투연이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금지 기간에 벌어진 공매도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철저한 검사와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배경이다.
앞서 지난달 26일과 27일 장 마감 이후 한국거래소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익일 하루간 공매도를 금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프로비엠은 27일 공매도 거래금액이 821억원으로 이날 코스닥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2위에 올랐고, 28일에는 1362억원으로 공매도 거래 1위에 등극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물량이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국내외 증권사들이 내놓은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유는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매물 전량이 ‘업틱룰 예외’로 분류됐다는 점에서다.
업틱룰이란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만 매도 호가를 낼 수 있게 한 규정인데, 시장조성자는 업틱룰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이 필요한 특정 종목의 원활한 거래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가 1년에 한 번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해 매도·매수 양방향으로 호가를 계속 제출해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작년 말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올해 시장조성자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외국계 증권사 IMM 등 총 9곳이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이번에 선정된 시장조성자는 계약기간(2023.1.2.~12.29)동안 시장조성계약 종목에 대해 상시적으로 시장조성호가를 제출해 저유동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췄을 때 한투연은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금지 기간에 벌어진 공매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지적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에코프로비엠의 이틀간의 거래량은 약 1800만주로 평소 대비 두 세배나 많아서 유동성이 차고 넘쳤으므로 시장조성자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시장조성자 공매도가 이틀 동안 무려 54만 6000주나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명백한 주가조작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이해불가"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