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신화 김동관 사장…섣부른 확장은 ‘독’
태양광 신화 김동관 사장…섣부른 확장은 ‘독’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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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그룹에도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일찌감치 태양광 사업을 일궈 그룹의 체질을 전통 화학기업에서 친환경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김 신임 사장은 수소에까지 손을 뻗치는 등, 그린뉴딜로의 발판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섣부른 투자와 공격적인 사업 전략에 따른 리스크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임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김동관 신임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거쳐 지난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지내던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한화솔루션) 기획실장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불모지로 불리던 태양광 사업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에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이로 인한 시장 잠식으로 파산한 독일의 큐셀을 인수했다. 김 사장은 큐셀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폴리실리콘과 셀, 모듈, 발전시스템 등을 통해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그룹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2014년 1월 참석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태양광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당시 현지 인터뷰에서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태양광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어 태양광 사업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 사장은 올해까지 11년째 이 포럼에 ‘개근’하고 있다.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오른쪽)와 신현우 당시 한화테크윈 대표(왼쪽)가 데이브코티 회장과 면담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오른쪽)와 신현우 당시 한화테크윈 대표(왼쪽)가 데이브코티 회장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2015년 2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셀 생산규모가 3.28기가와트(GW)에 달하는 세계 1위의 태양광 셀 회사 출범을 알렸다. 이후 한화솔루션은 2015년 2분기 매출액 2조87억원을 달성해 전 분기 대비 9.4%의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은 937억원으로 256억원을 기록했던 1분기 대비 265.5%가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이 중에서 태양광 사업의 매출액은 1조112억원으로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큐셀은 올해 1월 한화케미칼과 합병을 통해 한화솔루션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2월에는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페인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수주하면서다. 한화큐셀은 지난 2월 스페인 릭 에너지로부터 94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인수했다. 총 수주 규모만 8000만유로(1091억원)에 육박한다. 이로써 발전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다운스트림’ 사업에도 발을 디뎠다. 오는 2022년 착공 예정으로 해당 태양광 발전소는 연간 5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올해 5월에는 관련 법인을 모두 취득했다.

■ 그룹 공신 태양광…3분기 수요 회복 기대

이처럼 태양광 사업은 한화그룹의 견조한 실적에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의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30.5%라는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7.1%를 달성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설치량이 감소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2분기 매출액은 1조9564억원, 영업이익은 1285억원으로 각각 전 분기 대비 12.98%, 23.12% 줄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서 주거·산업용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평균판매단가(ASP)의 하락이 예상된다”면서도 “3분기에는 미국 유틸리티 시장과 기타 국가의 점진적 수요 회복으로 출하량이 증가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한화그룹
자료=한화그룹

올해 2분기 기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셀 생산능력은 9GW에 달한다. 모듈은 10.7GW를 생산할 수 있다. 셀 기준 세계 1위를 수성하며 글로벌 탑티어를 지키고 있다.

■ 수소로 뻗은 김동관의 손…니콜라 투자는 ‘리스크’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다음 타깃은 수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1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수소사업 추진계획 로드맵을 내놨다. 핵심은 태양광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이다. ‘그레이 수소’로 불리는 부생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이 필요해 친환경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에서 얻은 에너지를 이용해 수전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압축기를 통해 한화첨단소재가 개발한 용기에 담아 한화파워시스템의 충전 시스템으로 수소 충전을 실현한다는 내용이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수전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카이스트, 연세대, 강원대와 해외 우수대학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한화솔루션
자료=한화솔루션

이 같은 김 사장의 수소경제 도전장에 최근 악재가 꼈다. 김 사장이 직접 투자를 결심했다는 미국 수소전기트럭 제조 업체인 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이후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돌연 사퇴했다.

한화는 일단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투자 당시 니콜라의 주식을 1주당 4.5달러에 사들였다. 재무투자 성격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사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 리스크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이 회사에 총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해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28일(미국시각) 기준 니콜라 종가는 19.3달러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화학 시황이 양호했고, 특히 태양광도 최근 가격 상승세가 부각되고 있어, 실적은 믿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렇지만 최근 주가의 급등락은 실적보다 그린뉴딜(수소) 모멘텀의 약세 전환, 니콜라(수소트럭)의 사기 이슈 등에 따른 지분 가치 하락 등, 외적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차입금과 사채 등이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도 골칫거리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전기 대비 9000억원 가량 증가해 총 유동자산 5조6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당장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사업 확장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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