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임시기구 키운 부동산 분석원…제구실은 ‘의문’
국토부 임시기구 키운 부동산 분석원…제구실은 ‘의문’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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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자율성 확보 미지수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명분 삼아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를 민간 기관이 아닌, 국토부가 운영 중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대응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독 기구가 정부 산하로 편제될 경우 국가가 개인을 직접 감시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릴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확정하고 오는 9월 관련 법률 제정안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운영 중인 대응반을 확대하는 이유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시스템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의심되는’ 개인 거래, 정부가 직접 감시

분석원은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에서 전문 인력 파견이 확대되고 불법 거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개인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까지 손에 쥐게 된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불법행위 가능성 높은 의심 거래’를 위주로 ‘제한적 범위 내 최소한의 정보’만을 취득한다는 해명이지만, 분석원이 의심만 가지고 사인 간 거래를 들여다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재산권을 과하게 침해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경우, 관련 기관이나 업체를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기구는 개인을 직접 감시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 관제 아래 독립성 문제…단순 단속반에 그칠 수도

이처럼 비대해진 권한을 가진 분석원이 민간 기관이 아닌 국토부 산하에 설치된다는 점도 문제다. 감독 기구의 특성상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감독 기구’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해명은 단순히 단속반의 기능에 머물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 조직을 비대하게 키운 명분을 스스로 흐리는 꼴이다.

21년 전인 1999년 설치된 금융감독원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이 통합,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탄생했다.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었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에 지정됐지만 2년 뒤에 해제된 것도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 우려가 이유였다. 이후에도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감독 기구의 본질에 힘이 실린 점은 변함이 없다.

일각에서는 감독 기관이 정부 산하에 설치되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부 아래에 있는 만큼 정권이 바뀌면 폐지되거나 되살아나는 등,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고 민간 임대사업자 혜택은 폐지됐다. 정부 기조에 따라 바뀌는 부동산 정책의 특성상 관제 아래에서 꾸준히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 대응반 역할 미미…무리한 확장 '의심'

지난 2월 출범한 대응반이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직 확장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국토부가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활동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불법 거래로 보고 조사한 110건 중 절반인 55건이 증거 불충분과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서 18건이 입건됐고 6건이 기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부동산 감독 기구’ 카드를 꺼내 들었고, 대응반을 확대·강화한 분석원 설치가 확정됐다. 성과에 급급한 무리한 확장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힘든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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