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까지 꺼냈지만...아시아나 자구책 '퇴짜'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지만...아시아나 자구책 '퇴짜'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4.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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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자구계획 '미흡' 평가...커지는 오너 일가 퇴출압박"
"사재출연·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 필요...신뢰회복 급선무"
지난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한다는 자구계획을 채권단에게 재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이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11일 산업은행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금호그룹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채권단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 같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하고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 금호 오너가, ‘빅딜’ 내놓았지만...자구책 실효성 등 지적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안이 미흡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지난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자구책을 제출했다. 3년 내 경영정상화를 실패할 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된다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자구계획의 핵심은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에 대한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을 모두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담보로 맡길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의 보유지분 4.8%(13만3900주)다. 여기에다가 금호타이어 담보가 해지될 경우,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지분 42.7%를 추가로 제공키로 했다.

일단 금호아시아나의 지배구조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있는 만큼, 그룹의 명운을 걸었다는 게 금호그룹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 해지 시 박 전 회장 부자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갚아야 할 채무를 갚지 않고 해당 담보를 다시 내놓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게다가 박 회장 일가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아닌 담보로 잡는 것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사실상 유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상 박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선 손을 떼더라도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경영승계를 한다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금호그룹의 자구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구책에 대해 직접 비판하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건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회장이 물러나고 그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경영한다고 하는데, 채권단이 과연 이게 차이가 있는 건지 포함해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급하게 꺼야할 불도 많은데...일단 '실질적 처방' 나와야

사실상 채권단이 자구책을 거부하면서 금호그룹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나를 둘러싼 업황이 녹록치 않은 상태에서 강도 높은 자구책을 꺼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로썬 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해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연내 아시아나가 해결해야 할 부채만 약 1조3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4200억원은 채권단 대출금이다. 총 부채 규모는 6조원에 이른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일부 자산의 매각에 나서도 지분가치가 2000억 원에 불과해 빚을 갚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항공업계의 지각변동도 발목을 잡는다. 수 년간 성장세를 이어가던 항공여객 수요 증가세는 최근 들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외항사까지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가 하강국면인 것도 민감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운송업은 체감경기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박 회장의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의 한 발짝 물러나는 등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퇴출 압박은 커지고 있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두는 것 외 사재출연이나 우량자산 매각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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