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우리나라에도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최경욱 교수는 14일 화이트페이퍼와 통화에서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할 메리트가 사라진 외국인들이 대거 자금을 빼내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물시장 거품을 부추기고, 한계기업 구조조정 유인이 줄며, 연금 수익률은 떨어지고 통화유통속도 저하 등의 부작용도 손 꼽았다.
■ 단기 처방 그치면 괜찮지만 장기화 땐 큰 문제
최 교수는 지난 12일 국제금융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마련한 '최근 글로벌경제의 리스크 요인과 대응' 컨퍼런스에서도 장기간 끌고 갈 경우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선진국 사례를 짚어보면 단기간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고액권 수요가 급증하거나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고객 손실을 책임졌고 은행 입장에서도 큰 부담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 기조가 '장기화'의 길로 접어들면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 실물시장 거품, 은행 수익구조 타격
먼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실물 시장의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덴마크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마자 아파트 가격이 60% 뛰어 대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책 이행 기간이 길어지면 은행 수익구조에도 큰 타격을 주는 것도 문제다. 그는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고 유럽 은행 주가가 최고 25% 폭락하기도 했다"고 살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은행이 수수료 위주의 영업이 아닌 예대마진으로 돈을 버는 구조인데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 역시 일정 부분 내려야 해 예대마진이 작아져 은행 수익구조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 한계기업이 멀쩡한 기업 위협·연금 수익률 떨어져 소비 감소
한계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싼 이자에 안주하면서 경제시스템 전체에 부담을 늘리는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원래는 한계 기업들이 적정대출이자를 갚아나가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한계기업이 박리다매로 이익을 조금 남기고 덤핑 공세를 펼 수 있어 오히려 건전한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독일 같은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연금 수익률이 나빠져 소비를 늘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독일 재무부 장관은 마이너스 금리가 미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엉망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마이너스금리 때문에 독일의 연금 수익률이 나빠지자 독일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늘리는 행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자금 이탈 큰 충격·통화유통속도 저하 '야기'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장 크게 걱정할 점으로 부각됐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로 원화가 국제통화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질 않고 오히려 '리스크 프리미엄'이 작아져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원화 값이 빠르게 떨어지면 환전 후 발생할 손실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서 자금을 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투자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이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말한다. 무위험이자율 대비 주식시장이 가진 기대수익률이다.
통화 유통 속도가 떨어질 수 있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사람들이 화폐를 은행에 맡기지 않고 금고를 사서 집에 갖다 놓을 것이고 현금 보유 선호가 늘면 통화 유통 속도가 낮아질 것"라고 지적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음을 뜻한다.
■ 미국, 법률 마찰·MMF 시장 붕괴 위험에 도입 않아
미국 역시 자국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법적인 문제가 걸린다. 그는 "미국 Fed(연방준비제도)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시중은행들이 소송을 걸 수 있는 '법률적 마찰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는 Fed의 설립근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Fed의 설립근거는 물가 안정, 완전 고용상태를 이끄는 '통화시장정책'인데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MMF(머니마켓펀드)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을 망가트릴 수 있어 이런 혼돈을 Fed가 떠안으려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MMF란 고객의 돈을 모아 주로 금리가 높은 CP(기업어음), CD(양도성예금증서), 콜과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해 여기서 얻는 수익을 되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이다. 고수익상품에 운용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수익이 높은 편이다.
최경욱 교수는 지난 2002년 6월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로 거시경제, 국제금융, 금융시계열분석 등을 연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