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코믹스’란 단어 자체가 우리에겐 다소 낯선 어감이다. 이 단어는 마블이란 신세계를 접하면서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 앞뒤 해석의 요지를 따지자면 완벽히 잘못된 문장이다. 현실 세계를 벗어난 일종의 ‘만화’를 코믹스라고 부른다. 만화는 현실로 이뤄지기 힘든 가상의 세계다. 가상의 공간이 현실로 다가왔단 점은 마블시네마가 이룩한 완벽한 ‘시대 전복’이다. 결과적으로 마블이 그리는 코믹스의 세계는 현실의 반대편에선 선 또 다른 현실의 공간이다. 이 공간 속에 숨쉬는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어떤 색깔을 지니느냐에 따라서 마블 각각의 객체는 톤 앤 매너의 조절을 이뤄낸다.
하지만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상식을 벗어난 상식이 존재한다. 더욱이 자신 스스로가 가짜임을 알고 있다. 이건 현실과 가상의 벽(이른바 제4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능력이다. 마블의 거대한 세계관에서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초)능력이다. 빨간 스판덱스 슈트를 입고 등장하는 킬러 ‘데드풀’은 마블의 이단아다. 마블의 사생아이며, 마블의 부작용이다. 경쾌하고 다소 유아적인 코드의 발상이 지배하는 히어로 집단 속에서 데드풀은 ‘봉변’에 가까운 통쾌함을 관객들에게 날린다. 이건 과격함을 넘어 기괴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놀라움에 박수만 치고 싶을 정도다. 이건 데드풀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힘이다.

◆ 데드풀의 매력 첫 번째…“다중인격? 사이코패스?”
영화 데드풀 비교 불가 매력은 마블 전체 스토리와는 궤적부터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에 있다. 마블의 세상은 만화가 기본이기에 선이 이기고 악이 멸하는 법칙이 명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 무비의 전형성이 마블의 기본 공식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다르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설명 불가능한 성격, 19금을 능가하는 변태적 성향이 데드풀의 밑바탕이다. 더욱이 데드풀은 킬러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직업이다. 악인이다. 하지만 악인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다중인격 혹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데드풀의 성격은 환경과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영화에서도 그는 자신의 엉뚱하고 별난 성격과 찰떡궁합인 애인 ‘바네사’에 대해선 한없는 로맨티스트다. 자신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받아주는 친구 위즐, 장님 흑인 할머니 블라인드에겐 한없는 개구쟁이다. 반면 영화 속 숙적이자 자신에게 끔찍한 후유증을 남긴 에이잭스에 대해선 폭발하는 성격을 보인다.

물론 그 와중에도 특유의 수다쟁이 포스는 잊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낯이 익은 엑스맨 ‘콜로서스’와 새로운 엑스맨 캐릭터 ‘네가소닉 틴에이저 워헤드’에겐 투정에 가까운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사람 죽이는 이 무지막지한 킬러가 애용하는 아이템은 황당하게도 앙증맞은 캐릭터 시계와 가방이다. 여기에 힙합 음악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이건 한 마디로 설명 자체가 불가능한 다중결합체의 완성품이다.
하지만 진짜 데드풀의 매력은 이른바 ‘제4의 벽깨기’란 능력이다. 이 힘은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그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독보적인 능력이다. 바로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임을 알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 데드풀의 매력 두 번째…“‘제4의 벽깨기’ 뭐지?”
이번 영화 데드풀에서도 이 능력은 십분 활용된다. 주인공 데드풀 자체가 이 영화의 화자로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그가 화면 밖 관객들에게 말을 건내며 스토리의 구성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장면을 볼 때면 관객들은 일종의 착시 현상에 빠진다. 관람인지 혹은 경험인지 그것도 아니면 실제 데드풀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그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스토리의 구성 자체가 전후좌우 위아래로 뒤흔들린다. 어디로 튈지 모를 이 방식은 일종의 영화적 기교다. 쉽게 말하면 데드풀 자체가 관객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설정이다.
이 지점은 마블의 세계 속에서 가장 자유분방하면서 가장 뒤틀리고 최고로 미친 데드풀의 유별남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다. 선역의 ‘뻔’함 보다는 악역의 강렬함에 끌리는 대중의 취향을 넘어 양쪽의 색깔을 모두 뒤 섞어 놓은 데드풀의 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시대를 관통하는 모던함을 이 캐릭터는 정확하게 짚고 있다. 캐릭터의 한계성을 지워버렸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또 다른 데드풀의 차별성은 공교롭게도 눈에 익은 짬뽕 스타일이다. 일단 데드풀은 전직이 용병이다. 본명 웨이드 윌슨은 웨폰X 실험으로 인해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 그 능력은 불사의 신체와 울버린의 전매특허인 힐링팩터다. 세포 단계까지 신체가 훼손돼도 다시 재생된다. 하지만 뇌세포까지 연이어 재생되면서 사이코에 가까운 성격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지점은 데드풀의 겉핥기일 뿐.

◆ 데드풀의 매력 세 번째…“기존 히어로 짬뽕 스타일, 그게 오히려 매력”
그의 진짜 힘은 어디선가 본 듯한 외모에서 시작된다. 대중들의 ‘어디선가 봤음 직한’ 경험치를 뒤흔든다. 빨간색 스판덱스 의상은 스파이더맨의 그것을 빼닮았다. 실제로 데드풀은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다. 코믹스에선 스파이더맨과의 크로스오버 스토리도 있다. 주무기는 두 자루의 카타나(외날 일본도)다. 칼을 휘두르며 적을 제압하는 점에선 흡혈귀 헌터 ‘블레이드’를 연상시킨다. 허벅지에는 두 자루의 총도 달려 있다. 마블과 함께 경쟁사인 DC코믹스 내에서 총을 사용하는 캐릭터는 수도 없이 많다. 무엇보다 힐랭팩터다. 영화에선 콜로서스에게 잡혀가는 도중 스스로 칼을 빼들어 자신의 손목을 서걱거리며 썰어내 탈출한다. 관객들의 비명이 쏟아질 포인트다. 하지만 이내 앙증 맞은 손이 서서히 자라난다.
울버린의 전매특허 도용이다. 여기에 데드풀의 탄생 시작인 웨폰X는 이미 마블 마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지점이다. 바로 울버린의 탄생 시작과도 같다. 데드풀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인기 캐릭터가 복잡 다단 그리고 황당 미묘하게 뒤섞여 있다. 물론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원래 데드풀 자체가 그런 캐릭터 아닌가.
영화는 용병 웨이드 윌슨에서부터 웨폰X의 실험으로 이어진 뒤 데드풀로 변신한 시점 그리고 애인 바네사와의 로맨스와 숙적 에이젝스와 엔젤 더스트와의 대결이 기본 구도다. 그 주변으로 엑스맨 ‘콜러서스’와 ‘네가소닉 워헤드 틴에이저’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스트라이커 대령(울버린의 적)이 등장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데드풀은 경쟁사이자 자신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을 빌려 히어로 영화사상 기록적인 실패를 거둔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을 신랄하게 까버린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자학성 개그일 수고 있고, 데드풀의 성격을 전하는 ‘제4의 벽깨기’ 혹은 경쟁사 DC코믹스에 대한 선전포고 일 수도 있다.
뭐 이유가 어디로 향해 있든 납득은 충분히 된다. 그 중심에 데드풀이 있으니 말이다. 데드풀은 그런 캐릭터다. 영화 ‘데드풀’이 아닌 캐릭터 데드풀의 성공이 이미 시작됐기에 단언컨대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이 영화, 제대로 미쳤다. 개봉은 17일.

PS 1. 영화 수위가 기존 히어로 무비와는 차별성이 분명할 정도로 쎄다. 폭력수위 그리고 19금 수위도 쎄다. 물론 그 수위 모두가 너무도 ‘데드풀’ 스럽다.
PS 2. ‘데드풀’의 이름이 궁금하다. 영화에서 웨이드 윌슨은 “내 이름은 풀이다. 성은 데드고”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데드풀은 자신이 단골로 있는 술집 ‘다루기 힘든 여학생을 위한 마거릿 수녀의 학교’(킬러들의 커뮤니티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게임 이름이다. 후에 웨이드 윌슨이 끔찍한 몰골로 이 곳을 찾아오고 자신의 절친이자 이 곳의 주인 위즐과의 대화에서 게임 이름을 자신의 예명으로 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