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실종 사건' 미제로 남나
'경제단체 실종 사건' 미제로 남나
  • 우인호 기자
  • 승인 2018.07.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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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리더쉽 부재속 존폐 기로
대한상의는 제 역할 아직 못해
경총은 내분 추스려야
좌로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연합뉴스)
좌로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우인호 객원기자] 재계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경제단체가 실종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한 경제단체가 맡아왔던 재계 대변자 역할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문재인 정부 출범 등을 거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신뢰’ 문제에다 일부 단체를 경제, 산업 파트너로서 인식하기 싫은 듯한 정권의 태도가 합쳐지며 각종 경제 현안과 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 없어지거나 해도 의미 없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일 임시총회를 열고 거취 논란이 일었던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해임했다. 현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적 어조를 내뱉어왔던 전임 김영배 부회장이 퇴진한 뒤 들어와 2개월 남짓 임기를 수행하다 중도 퇴진하게 됐다. 고용노동부 출신인 송 전 부회장은 임기 중 노동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회원사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부회장 놀음’이라고 얘기해도 될 정도로 상근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경제단체에 잘못된 인사로 이 같은 파행이 벌어진 것은 (낙하산 논란을 떠나) 명목적이든 실질적이든 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회장의 몫이라는 게 일차적인 지적이다.

실제로 상근 부회장을 잘못 임명한 탓에 ‘최진실 국정농단’의 한복판에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전경련은 사실상 현재로서는 ‘임대 사업자’로 전락했다. 주요 사업 재원이었던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회원 수입이 급전직하해 건물 임대료가 주요 수입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을 꼬집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GS 허창수 회장은 해체든 과감한 혁신이든 싱크탱크로의 전환이든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이 그간 재계에서 끼쳤던 영향이나 가졌던 위상으로 봤을 땐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직 전경련 임원은 “5공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 전경련은 ‘국정농단’과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정주영 당시 전경련 회장이 ‘내가 다 지고 가겠다’며 나서며 다른 회장단 기업들을 보호했기에 더 유지되고 단결될 수 있었다”면서 “전경련을 그 어떤 방향이든 끌고 갈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며 경제단체 리더 역할을 맡게 됐던 대한상의는 그간 정부, 여당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곤 있지만 실제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내놓는 등 전경련이 해왔던 역할을 하기엔 조직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2~3세 경영이 자리 잡으면서 재계에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이 없다”면서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경제 단체들이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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