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은행이 자산가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신탁상품을 대중화하고 있다. 가입액과 수수료를 대폭 낮추며 ‘착한 신탁’을 선보이고 있다.
■ 가입한도·수수료 낮춘 '착한 신탁' 선보여
은행이 최소 5억원 이상을 신탁해야 가입할 수 있었던 신탁 상품의 문턱을 낮추는 중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9일 KEB하나은행은 보급형 상속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상속용 신탁상품인 ‘유언 대용 신탁’은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 달했지만 이번 보급형 삼풍의 최고 가입한도는 5000만원이다. lcud은 한 계좌당 최저 5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고 월 납입형으로 가입하면 한달에 1만원으로도 가입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도 최저 가입금액이 ‘1만워’인 ‘펫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가입자가 한달에 1만원 이상이나 일시금 200만월 이상을 은행에 맡기고 부양인을 설정하면 가입자가 사망한 후 부양인에게 돈이 지급된다. 해당 상품은 출시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문의가 늘어 개로 한정했던 펫신탁 가입 대상을 고양이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신탁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고객의 수익률과 은행의 수익성을 연결한 ‘동고동락 신탁’을 출시했다. 은행이 고객의 목표수익률 조기 달성을 돕기 위해 기존 신탁 수수료를 낮추고 성과보수 형태의 추가 수수료를 고안했다.
국민은행도 고객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신개념 ETF신탁상품을 출시했다. 일정 기간에 투자자의 실수익률이 목표를 달성하면 정상적인 수수료가 적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수수료를 절반 깎아주는 방식이다.
■ 신탁업법 제도 개편 앞두고 신경전 치열
은행이 신탁상품 출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저금리와 고령화로 신탁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은행은 신탁업을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순실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탁업 개편 방침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신탁업의 활성화를 내걸어 오는 10월 안에 신탁업법 제도를 개편해 사기업도 전업 신탁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개편 전에 다양한 상품으로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 수수료만 챙기는 펀드 판매 대신 직접 돈을 굴리고 수수료도 챙길 수 있는 신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실제로 신탁상품 시장을 두고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월 ‘운동장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황 회장은 먼저 “금융투자업계가 은행, 보험에 비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은행이 수익성이 떨어지니까 신탁업으로 자산운용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 회장은 “은행은 축구장에서 축구를, 증권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라는 게 전업주의”라며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증권과 은행은 운동장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