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토종벌은 주인이 죽으면 상복을 입는단다. 그런 영물이니 먼저 벌을 건드리지 말아라.”
35년간 토종벌을 키우는 장인 이진수 씨가 조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정말일까. 그는 벌을 키우면서 그것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고 한다. 벌을 키우던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다. 그 집 제일 높은 벌통에 부고장을 붙여 놓았더니 벌들이 상복을 입고 나왔다. 머리나 허리에 평소와 다르게 하얀 칠을 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맛을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명인명촌>(컬처그라퍼.2015)에 실린 이야기다. 토종벌과 관련된 이야기는 또 있다. 벌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대목이다. 2009년 전국 토종벌의 90%가 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꿀벌 유충에 발생해 이 병에 걸리면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검게 변해 말라 죽는데 꼭 어린 벌만 죽는다.
문제는 벌이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며 과일이나 채소, 꽃, 곡물의 꽃가루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수분을 해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곤충을 매개로 수분하는 충매화의 80%가 꿀벌에 의존한다. 식물 번식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이 돌고 난 이후 인공수분을 하지 않은 과실수와 도토리가 많이 사라졌다.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지상에서 어떤 이유로든 사라지게 되면 인류 또한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책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정직한 먹거리를 만드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