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인생에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엑스트라와 같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면 빛이 난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동안 징역살이를 한 신영복 선생이 <담론>(돌베개. 2015)을 통해 감옥에서 터득한 인간학을 들려준다.
“내가 징역살이에서 터득한 인간학이 있다면 모든 사람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입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을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에 나누어서라도 가능하면 끝까지 다 듣습니다. (중략)
예술은 사물이나 인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합니다. 그 특징의 하나가 클로즈업하는 것입니다. 야생화 한 송이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유심히 주목하면 하찮은 삶도 멋진 예술이 됩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훌륭한 회화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것을 액자에 넣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술의 본령은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우리를 깨우치는 것 중에서 가장 통절한 것이 비극입니다. 비극이 미라는 사실이 곤혹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미란 무엇인가. 미美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우리가 비극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인간을, 세상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중략)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신분보다는 그 사람의 얼굴을 주목합니다. 그 경우에도 이목구비보다는 얼굴에 담겨 있는 분위기를 주목합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달관이 있는 경우를 최고로 칩니다.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고, 얼골은 ‘얼꼴’에서 왔습니다. ‘얼의 꼴’ 다시 말하자면 ‘영혼의 모습’입니다. 그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었습니다. 얼굴에는 자연히 그 사람의 ‘얼’이 배어 나오게 마련입니다." (p.251~p.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