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을 응징하는 신풍속이 등장했다. SNS를 통한 공개적 망신이다. 양쪽 모두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는다. 이처럼 지금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시대이지만 과거에는 바람난 남편을 절창(絶唱, 뛰어나게 잘 지은 시)으로 바로잡은 한 아내도 있다. 원나라 서예가 조맹부(趙孟頫)와 그의 뛰어난 부인 관도승(官道升)의 이야기다.
둘은 늦게 결혼해 서로 극진히 아꼈으나 중년 넘어 조맹부에게 여자가 생겼다. 당시 사대부는 대부분 첩을 얻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그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인생의 벗인 아내에게 차마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詞)를 한 편 지어 넌지시 건넸다. "왕안석과 소동파가 그랬듯이 나도 그러면 어떨까 하오."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당시는 시기나 질투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절.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시를 지었다. 바로 ‘아농사(我儂詞)’였다.
"당신과 나, 너무나 정이 깊어 불같이 뜨거웠지.
한 줌 진흙으로 당신 하나 빚고 나 하나 만드네.
그 둘을 함께 부숴 물에다 섞어서는 다시 당신을 빚고 나를 만드네.
내 속에 당신 있고 당신 속에 내가 있으니 살아서는 한 이불 덮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려네."
결국 두 사람은 이후 더 돈독해졌다. 아내의 바람대로 둘은 죽어서도 한 무덤에 묻혔다. 진흙으로 섞어 서로를 빚었다라는 대목에서 조맹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 시를 쓰다>(토트.2015)의 저자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며 흔들리는 남편의 마음을 바로 잡아준 것은 진심을 담은 '절창의 힘'이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