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최신작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엘도라도. 2013)는 “대체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라는 뼈 있는 한 마디로 시작해 “원인이 아니라 치료법에 집중하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이면서 간결한 표현으로 자신의 처방을 써내려간다. 그가 내린 처방은 다름 아닌 재정 지출 ‘확대’다. 요컨대 달러 더 찍으라는 얘기다. 언뜻 생각해도 더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 그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대공황 때와 흡사한 대침체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대공황 당시 경기부진과 부분적인 경기회복이 반복된 것을 고려할 때 현 상황도 이와 비교해 다르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미국은 ‘겨우’ 2조 5,0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15조 달러 가치를 생산해내는 경제 규모에 비한다면 만회하고도 남는다”고 지적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꼽는다. 실업은 개인의 인생은 물론 경제 전반에 총체적 난국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재앙이다. 더욱이 ‘고용’은 단순히 경제적 생산 활동을 넘어 인간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지금의 실업 문제는 과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현 실업 사태가 ‘비자발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그는 “실업률이 증가한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하려는 의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주장을 언급하며 “5만 명 모집에 100만 명이 모여든 맥도날드 사례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날을 세운다.
또한 “2007년 680만 명에서 2011년 12월 1,300만 명으로 증가”했다는 설문조사도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은 제외된 결과라고 꼬집는다. 나아가 그는 실업 사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염려한다. 그래서 “장기적인 처방 운운하며 지지부진해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마디로 재정 적자보다 ‘일자리 가뭄’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에 빠진 각국 정부들이 급박하고 무자비하게 지출을 삭감함으로써 실업 사태는 유럽 주변국들 전반에 걸쳐 대공황 시절의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이라는 케인스의 말을 인용해 “긴축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잃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즉,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현 시점에서의 긴축은 실업 문제를 심화시켜 경제성장 동력 자체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미래는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저자가 내리는 처방은 단순하다.
“최근에서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케인스 경제학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2년 안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지 부족이 회복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크루그먼 교수는 “이제 경제학자로부터 정치적 관심이 높은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그의 열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지금 당장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들을 위해 지금부터 싸워야 한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