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견제·합리적 의사결정·집단지성의 믹스
[편집자 주]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화두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관치 대(對) 내치'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올해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CEO 등 임원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보고 했다.
실제 이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교체됐다. '내치'를 막았지만 '관치' 논란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도 6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이사회의 구성·운영 현황 등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 주소를 점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방향 등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의 과점주주 이사 비율이 이사 전체의 60% 이상으로 높다. 이 같은 지배구조 특수성은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새 모델로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우리은행의 (2016년 11월) 실질적 민영화 달성을 초석으로 한다.
■ 주주의 인사권…신한과도 닮은꼴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의 과점주주 비율은 이달 24일 정기주주총회 안건 승인 시 이후부터 기존 66.6%(이사 총원 9명 중 6명·6/9)에서 최소 62.5%(5/8)로 변동될 전망이다.
신한금융도 이사회에 재일교포 주주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등 주요 주주가 참여하는데, 이번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이달 주총 안건 승인 이후 주요주주 이사 비율은 54.5%(6/11)로 전년도 50%(7/14) 대비 상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진 주주사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푸본생명, 유진 PE 등 총 5곳이다. 우리금융 과점주주의 지분 합계는 약 21.4%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 지분합계를 약 15%로 추정해도 IMM PE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 PE) 지분까지 약 25%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주요주주가 인사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 닮았다.
따라서 혹여 주주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경영진의 사익추구 등으로 인한 대리인 문제에 있어서도 건전한 견제가 잘 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참고로 신한금융(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주주가 창립 주역이자, 과거 창립 이후 장기간 유지해 온 무배당 정책을 지지하고 과거 외환위기 시 큰 폭의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한 주식 갖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묵묵히 조력자 역할을 해온 바 있다.
주주의 경영진 견제의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이사·감사의 임명 등 인사권을 통한 내부 견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주주 대표 소송 등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 제도 등 3가지가 꼽힌다.
특히 우리금융은 경영전략상의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의 사외이사 독립성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방침 등을 고려한 이사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는 이사회가 협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풀이된다.
올 초 새 회장 경영승계 과정에서 입증됐듯이 우리금융은 이사회 구성은 물론 실질적인 운영의 측면에서도 일각에서 문제제기하는 경영진의 '참호구축'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새 이사회에는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합류함과 동시에 박상용 이사가 물러나는 점도 의의가 있다.
박상용 이사는 2013년 10월~2015년 10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민간위원장을 역임했다. 임 회장 내정자가 2015년 3월~2017년 7월 금융위원장를 지낸 시기와는 약 반 년 정도 겹친다.
이러한 점 등에서 외부 시각이라면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친소관계가 있다고 지적할 여지가 없지도 않았다. 다만 반대로 친소관계가 없다는 것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은 있다.
■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
우리금융의 과점주주로서 이사회 초기 멤버는 IMM PE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5개사였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2016년 8월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2016년 11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우리은행 지분 29.7%(51.06%→21.4%)를 7개사에 각각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2개사는 재무적투자자였다.
금융위는 2016년 11월 14일자 보도자료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흔치 않은 과점주주 형성 방식의 매각 시도을 시도,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2021년 11월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과정에서 유진PE가 합류했다. 예보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파견해왔던 비상임이사 2명은 지난해 2월 모두 물러났다. 이러한 성장배경은 우리금융 이사회가 기업가치 관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협의할 수 밖에 없는 건전한 지배구조의 주춧돌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