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금융리스크 개연성…장점이 곧 리스크 요인①"
"빅테크 금융리스크 개연성…장점이 곧 리스크 요인①"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0.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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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컨퍼런스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진단·정책제언

"주요 국제 금융감독기구들은 빅테크가 금융진출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현재 수준에서 규제 격차가 조금 크고, 빅테크의 업무범위 넓으며, 빠른 장악력 때문에 잠재위험이 오히려 클 수 있다."(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유니크한 장점이 있고 편리함을 제공한다. 문제는 시스템 리스크를 생각해보면 빅테크 기업의 장점이 시스템 리스크의 요인이 된다."(최동범 서울대 경영대 교수)

■ "국제기구, 빅테크 위험 경고…한국 차별화도" 

자본시장연구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금융안정에 관해 이같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국제감독기구들이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의 금융진출로 인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며 "한국 빅테크만의 차별화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독점과 네트워크 외부효과 특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대일 맞춤형 배너광고를 통한 판매 등 불공정영업 행위를 할 수 있는 위험, 자회사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하고 해당정보를 오남용할 개연성 등의 금융리스크 및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연계성 증가, 빅테크의 복잡성 증가로 인한 시스템 위험 증가 등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빅테크에 대해서는 "글로벌 빅테크와 상이한 방식으로 금융업의 본질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은행 보험 판매 신용공여 전자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이미 취득했다"며 "미국은 라이선스가 아닌 파트너십 방식으로 하고 있고 중국은 최근 규제를 강화하면서 빅테크의 계열사 내 신용공여 업무를 금지하는 조치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 발표자료 일부)

이어 "한국의 빅테크는 금융지주회사와 달리 소유구조 제한이 약해서 보다 넓은 업무범위가 가능하다. 일반 금융지주회사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은행법 등에 따라 수평-수직-하단 쪽에서 소유구조 제한을 엄격히 수행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는 금융사 비금융사를 자회사를 수평적으로 두면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 발표자료 일부)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 발표자료 일부)

참고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주인이 확실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유사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상정해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월 카카오뱅크(이하 ‘은행’)의 기업신용등급(원화 및 외화 기준)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신평은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신용도 대비 notch(노치) 상향조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지난달 19일 카카오뱅크의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기평도 등급상향 조정 사유 중의 하나로 "고객수, 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시스템내 중요도가 높아 유사시 정부 지원가능성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카카오뱅크에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한신평은 "은행산업에 대한 유사시 정부 지원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자금의 조달과 공급, 금융정책의 수행 등 은행산업의 기능 및 국민경제 내 중요도, 부실은행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은행에 대한 강한 지원의지가 확인됐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세번째 빅테크 특징은 빠른 장악력이 꼽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거래 수요가 증가하고 ICT 기술력, 번들링 서비스를 통해서 지배력을 빠르게 확장했다 왼쪽 하단 그래프는 기존에 대면 거래를 대표하는 CD와 ATM 거래 비중으로 5년 전 약 38%대인데 지금은 14%대 후반대로 줄었든 반면 비대면 거래를 대표하는 페이(간편결제·선불전자지급수단) 거래규모는 5년 전 2조원에서 올해 2분기 기준 73조원으로 약 40배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대표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면 시중은행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 발표자료 일부)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 발표자료 일부)

■ "시스템리스크 측면에선 부정적인 3가지 장점"   

패널토론에 참석한 최동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도 금융안정을 중심으로 빅테크의 금융진출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최 교수는 "시스템 리스크란 기업이 트러블이 생겼을 때 전체 금융시스템이나 실물경제에까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 예를 들어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면 시스템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권태훈 카카오뱅크 준법감시인,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금융솔루션 이사,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조영서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 최동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컨퍼런스 패널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왼쪽부터)권태훈 카카오뱅크 준법감시인,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금융솔루션 이사,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조영서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 최동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컨퍼런스 패널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시스템 리스크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빅테크 같은 경우 관련성(interconnectedness), 대체가능성(substitutability), 복합성(complexity) 3가지 측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지정시 이런 부분을 보는데 이 중 관련성, 대체가능성, 복합성 문제는 빅테크가 기존 금융사보다도 더 우려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자체가 여러 기업들이 연관돼 있는 것, 네트워크 효과가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하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관련성이다. 효율성 입장에서는 장점인데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선 부정적 측면이다. 한 기업이 문제가 있다면 줄줄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상당이익·사회적비용이 크면 시스템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전통적으로 금융시스템에서 한 회사가 문제가 생겼는데 대체할 것이 없으면 상당히 문제가 된다"며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 또한 유니크한 장점인데 바꿔 말하면 대체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한 페르난도 레스토이(Fernando Restoy) BIS(국제결제은행) 금융안정연구소 위원장은 빅테크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을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 활용, 최첨단 기술,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효과 등으로 정의하고 구글, 애플, 아마존, 인스타그램(메타) 등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안정에 관한 리스크 중에는 금융·비금융 활동 간 상호의존성 및 충돌, 금융기관과의 불투명한 파트너십, 가상자산 활동 참여, 소수 공급자 지위에 따른 시스템적 영향, 시장 독점력에 따른 영향, 과도한 집중으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증가 등의 이슈가 있다고 제시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페르난도 레스토이 BIS 금융안정연구소 위원장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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