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허탈, 해탈한 개미들…"주식창은 안 보고 있어"
공매도에 허탈, 해탈한 개미들…"주식창은 안 보고 있어"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7.0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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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변동성 완화 조치·거래소 조직개편
허나 사후약방문·실효성 의문 등 여론은 '냉담'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 커지는 목소리
40여개국 최근 1년 하락률 러시아 이어 코스피 '꼴찌'
한투연 대표 "국민 피해 최소화가 우선"
4일 15시 30분 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4일 15시 30분 장 마감 시각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커지면서 공매도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주 금융당국이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 3개월 면제 등 증시 변동성 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당국 변동성 완화조치 시작…"효과 없던 똑같은 정책 또 내"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9일(발령일자)부로 시장감시본부 산하 공매도특별감리부 임원을 증원하고 구조를 개편했다. 공매도 관련 긴급 이슈에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 13명에서 17명으로 인력을 보강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공매도 이슈가 커지고 있는데 인력이 한정돼 있어 일손이 부족했다"며 "이제 적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합동으로 공매도 현황과 시장교란 가능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공매도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해 불법 공매도 점검 및 조사를 강화하고 시장 불안에 편승한 투자자 피해 유발행위를 신속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증시 변동성 완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증시 급락으로 인한 반대매매 속출에 따른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해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약 3개월 간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고, 상장 기업의 자사주 주문수량 한도제한 완화도 오는 7일부터 10월 6일까지 시행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두고 개인투자자 반응은 싸늘하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그저 빚좋은 개살구이자 임시방편 보여주기 생색내기에 불과한 전시행정"이라고 말했다. 신용융자담보비율을 석 달 간 유예하는 방안은 물론 공매도 특별점검 또한 주가하락에 따른 개인투자자 손실 사전예방을 취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다.

이어 정 대표는 "담보비율 3개월 유예 방안은 2020년 3월(코로나19로 주가 폭락)에도 했었고 당시에도 효과가 없었다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정책을 정책이라고 내놨다"며 "공매도 특별점검도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아니어서 사후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향후 주가 하락 시 결국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할 수 밖에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에 대해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부인하진 않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2020년 3월에 증권사들이 한시적으로 했었고, 반대매매 나갈 게 만약에 담보비율이 130%라면 110% 정도로 낮추는 건데 이미 주가가 크게 내려서 잠시 '살았다' 하는 정도"라며 "담보비율은 증권사별로도 다르고 종목별로도 그렇고 기준이 제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매야 덜 나올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투자자는 조치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겠지만, 다른 개인투자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지난 6월 4일~7월 4일 대차거래 상위 종목. *대차거래·공매도 관계는 장외에서 주식을 대여·상환하는 거래인 대차거래와 빌려온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공매도는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나, 대차거래 잔고가 추후 발생할 공매도 예정수량을 의미하지는 않음. (자료=금융투자협회)
지난 6월 4일~7월 4일 대차거래 상위 종목. *대차거래·공매도 관계는 장외에서 주식을 대여·상환하는 거래인 대차거래와 빌려온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공매도는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나, 대차거래 잔고가 추후 발생할 공매도 예정수량을 의미하지는 않음. (자료=금융투자협회)

■ 외국인·기관 대 개미 기울어진 운동장…시각은 팽팽 

그러나, 최근 재차 부각되고 있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대한 업계와 개인투자자 시각은 원론적으로 팽팽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흔히 개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많이 표현을 하고 여론도 그러한데, 막상 공매도를 막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후진 시장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업에서 말씀드리긴 어려운 부분이지만 공매도가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며 적정 가격발견 기능 등 시장의 효율성 측면을 설명했다.

한국 증시는 올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앞서 MSCI는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한국에 대해 기존 신흥국 지수 편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로는 ①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 부족(영문 IR 등) ②역외 외환시장 접근 제한 ③코스피200·코스닥150 기업 대상 허용되는 제한적 공매도 등이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2020년 3월의 데자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2020년 3월에도 대책을 미루다가 결국 코스피 지수가 1457로 떨어져 압도적 하락 1위를 하고 나서 여러 대책이 나왔다"며 "우리나라 경제규모라든지 펀더멘털로 봤을 때 꼴찌 수준이 아닌데 증시는 왜 후진국 대접을 받는지, 금융위원회는 왜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 지 분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이 피해를 보느냐 안 보느냐 관점에서 보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용어 뒤에 수어 공매도 금지가 곤란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안 된다"며 "향후 증시 폭락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검토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개인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잔고서 한때는 불났던, 그들은 말했다

최근 많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반려주식'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IT 기업에 종사 중인 3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수익률이 어떻냐는 질문에 "주식창은 안 열어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금융권 직장인 B 씨도 "저도 사실 눈물이 줄줄 나고 있다. 지금은 손도 못 대고 있고 10년 뒤에나 계좌를 봐야 반가울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베스팅닷컴 주요 세계 시장 지수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 한 주간 4.23%, 한 달간 13.87%, 연초 이후 22.75%, 최근 1년간 30.15% 각각 하락했다. 최근 1년 하락률 기준 전세계 40여개 지수 가운데 꼴찌인 러시아 대표지수 모엑스(-7.93%·-3.58%-41.24%·-42.68%)에 이어 끝에서 2위를 꿰차고 있다.

한편 이날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한낮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금융위원회 앞에서 '공매도 개혁' 1인 시위를 했다. 

한투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현재 컨틴전시 플랜은 증시안정기금 조성 및 한시적 공매도 금지 가능성 검토 2가지며, 이 밖에 공매도의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으로 5가지 정도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120일로 변경(단서조항으로 1개월간 재공매 금지) ▲외국인·기관의 증거금 도입 법제화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을 현행 105%에서 140%로 상향 ▲10년간의 공매도 수익 조사로 개인투자자 피해액 확정 ▲금융위원회에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조직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세계 시장 지수 최근 1년 기준 하락률 내림차순. (자료=인베스팅닷컴 캡처)
2022년 7월 4일 오후 코스피 장 마감 이후 주요 세계 시장 지수 최근 1년 기준 하락률 내림차순. (자료=인베스팅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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