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여전히 특별한가...빅테크 향한 위기감은②
금융·은행 여전히 특별한가...빅테크 향한 위기감은②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2.0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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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
금융업 전업주의 규제개선 논의 토론
왼쪽부터 장성원 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조영서 KB금융연구소 소장,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사진=은행연합회)
2일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에서 왼쪽부터 장성원 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조영서 KB금융연구소 소장,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사진=은행연합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비금융 주력 사업자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인해 금융권에 위기감이 조성돼 있다. 금융권에 적용 중인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과 함께 다양한 정책적 제언이 쏟아졌다. 금융위원회도 현재 금융지주회사 관련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시총이 말해주는 '꿈에 대한 격차'...규제 비대칭성 지적

은행연합회는 2일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금융업의 전업주의 규제 개선 등을 논의했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서도 '금융은 다르다, 은행은 다르다'는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는 해석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로 볼 수 있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단 2곳의 합산 시가총액이 다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4대 금융지주 합산 시총과 비슷하다는 점도 논의 주제로 부각됐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핀테크를 합산한 시가총액을 (금융지주와) 비교하는 게 맞다. 현재로써는 특이한 경우"라며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성장성과 혁신성에 높은 점수를 줘서 가치평가를 하는데 초저금리, 유동성 환경에서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이런 분야에 높은 평가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 강 연구원은 "흔히 투자지표로 PDR(Price to Dream Ratio)을 말하는데 한국 금융업종에서 시총을 보면 미래가치창출에 대한 드림(꿈)에 대한 격차를 알 수 있다"며 "이는 상장 초기 효과도 있지만 이렇게 된 배경에는 규제 불균형 상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금융권이 기존 은행들과 경쟁보다는 빅테크라고 불리는 플랫폼이 금융에 진출하는 부분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는 일정 부분 소비자 관점에서 정부당국이 용인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경험을 중시한다는 요건으로 핀테크 육성이라든지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고, 비금융업 주력 사업자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혁신으로 금융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혁신과 금융산업 시스템 안정을 필요로 하는 규제산업적 특성이라는 상반되는 관점에서 최적점을 찾는 게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금융 겸업도 가능할까...'동일 기능 동일 규제' 한계론도 

다만 업권별 규제체제 전업주의 형태를 취하는 금융권의 회색지대를 파고드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구현이 만만한 작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영도 실장은 "최근 언급되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킹'이라는 게 접근하기 쉬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근 금융회사가 강화하고 있는 슈퍼 앱 전략과 연결된다. 소비자 편익과 후생/증대가 목표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정책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 겸업주의(은행 등 금융기관이 예금, 대출, 증권, 보험, 투자은행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라고 하는데 비금융업간 겸업도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더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금융사-빅테크 간 규제 비대칭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대해서는 반대 견해를 표했다. 그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은 시스템 리스크 관점에서 옳지 못하고, 금융회사가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BIS 최근 페이퍼들을 보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해서 '액티비티(activity) 베이스드 규제'로는 부족하다.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고 새로운 리스크 대비를 위해 엔티티(entity) 기반 규제를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가 전형적인 액티비티 기반 규제여서 새로운 시대의 리스크 제어와 금융안정성 확보를 위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 2일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 2일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 금융위, 4개 문제의식 기반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준비 중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이날 논의 주제가 금융당국에서도 고민이 많지만 현재 구체적인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시장,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보고 있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겸업화에 대한 니즈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됐지만 2010년대 이후 금융서비스 형태가 달라지면서 입법제도가 바뀌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기능을 규율하는 방식의 제도들이 하나 둘 추가되어 온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장은 "업권법과 기능법이 혼재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 금융은 다르다(특별하다) 2. 은행은 다르다'라는 두 가지 큰 원칙은 아직까지 흔들리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보다 더 강력한 채널을 가진 빅테크라고 하는 플랫폼이 등장을 하면서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이 코로나 2년을 거치면서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융혁신은 소비자의 니즈이자 사회에서 형성되고 있는 흐름이고 트렌드이기 때문에 억눌러선 안 된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금융리스크 건전성 안정성 문제(소비자가 불합리한 부당한 위치에 처하면 안 된다는 의미)가 생겨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과장은 금융위가 올 여름부터 4가지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금융지주회사 관련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첫번째로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지주회사가 권한은 있는데 책임은 안 지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고 두번째는 20년전과 다른 시대적 흐름에 맞추기 위한 규제 정비"라고 설명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모두 빅테크와 관련된 것인데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지주회사의 대처 방안과 금융지주가 빅테크로 진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혁신을 활성화하되 소비자와 안정성이 조화롭게 되는 금융의 큰 판에 대해서 공론화를 해나가는 작업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금융위가 (현재)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많은 논의를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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