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영화 좀 본다는 이른바 ‘영화광’들에겐 특별한 이름이다. 여느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팬덤을 거느린 그의 힘은 현란하고 다이나믹한 액션 연출의 특화에서 빛을 발한다. 이젠 그의 대표작 혹은 다른 이름이 돼 버린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바로 마이클 베이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짜 힘은 사실 리얼 액션에 더 기울어져 있다. 리얼리티와 역동성을 중요시하는 그의 스타일은 연출한 모든 작품 속에 짙게 드리워 있다. 때문에 CG투성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 촬영에서도 최대한 실물 촬영을 더했단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그의 모든 것을 흠모하는 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불리는 ‘미국 우월주의’란 악명도 마이클 베이에게는 따라 다닌다. 언제나 그의 영화 속 정의는 미국의 패권주의였다. ‘블록버스터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마이클 베이의 양면성이다.

그런 그가 다른 지점에 눈을 돌리고 힘을 집중시켰다. 공교롭게도 그 지점은 실화다. 9·11 테러 11주년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에서 발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미 대사 살해 사건이다. 당시 미 영사관 습격 사건으로 스티븐슨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살해됐다. 영화 ‘13시간’이다. 이 영화는 실화다. 영화 오프닝 장면에 등장하는 ‘이 얘기는 진짜다’(This is a true story)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혹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이란 제한성이 없다. 완벽한 실체란 점을 강조하고 출발한다. 영화란 허구의 창조성을 극도로 배제한 채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강하다는 자신감이다.
‘13시간’은 있는 그대로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러닝타임 내내 엿보인다. 때문에 영웅주의 혹은 국가주의란 미국식 블록버스터의 기본 틀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생존’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자신한 ‘실화’란 단어가 힘있게 스크린 속에서 펼쳐진다.

영화의 배경은 실화 속 리비아 벵가지. 잭 실바(존 크래신스키)는 리비아 벵가지에 존재하는 CIA 비밀기지를 지키는 GRS 요원이다. 쉽게 말해 용병이다. 미 정부 기관 경호를 민간 용병이 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때문에 잭을 포함한 GRS요원들은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들이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잭과 GRS리더 타이론을 포함한 동료들은 언제나 ‘존재하는’ CIA요원들과 마찰을 빗는다. ‘실리주의’가 사회 전반에 자리한 미국 사회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갑질’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블랙 코미디적인 상황이 묘사된다.
‘독재자’ 카다비 축출뒤 리비아는 이른바 공황상태에 빠지고 그 중심인 벵가지는 여러 무장 반군 단체의 교전지역으로 변질됐다. 그 한 가운데 자리한 CIA 비밀 기지는 정체가 드러날 경우 자칫 국제 분쟁의 요건으로 발전된 위험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자리한 갑과 을의 마찰은 ‘13시간’이 담고 있는 불안한 정서와 영화 속 배경인 리비아의 공황과 맞닿아 있는 듯 다가온다. 그리고 사건은 미국 대사가 리비아 영사관으로 오게 되면서 벌어진다. 9.11 테러 11주년을 겨냥해 리비아 무장 단체가 미 영사관을 습격한 것이다.

이 지점부터 미국 정부와 리비아 벵가지의 CIA비밀기지 관계자 그리고 용병들인 GRS요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개입을 할 경우 존재해선 안 될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개입을 하지 않을 경우 미 대사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 발생된다. GRS요원들을 투입할 경우 미 정부가 민간인을 고용해 국제 분쟁에 개입했다는 오명을 얻게 된다. 그리고 결정의 키는 GRS요원들에게 넘어간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3시간’은 영화 제목처럼 타임별 스토리 전개를 통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점층적으로 구성했다. 논픽션의 개입은 제로에 가깝다. 시간별 구성은 결국 이 얘기가 어떤 상황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전개가 된 뒤 마무리가 되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장치가 된다.

단순하게 한 발 물어선 상황 속에 긴박했던 생사의 순간을 담아내지는 않았다. 교전이 진행되는 순간 속에선 카메라가 빗발치는 총탄의 한 가운데로 휘 집고 들어간다. 흡사 관객들은 격전의 한 가운데 놓인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생사의 순간 속에서도 GRS요원 6명의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생존’이다.
‘13시간’이 연출을 맡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매특허인 ‘미국식 패권주의’(팍스 아메리카나)에서 조금은 빗겨나간 지점이 그저 ‘생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단 해석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미 정부의 대처 방식을 묘사한 지점이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영화를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바라봤단 것을 반증하는 또 다른 해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리비아 무장 단체의 집중 공격과 미 대사의 사망 소식에도 미 정부의 소극적 대처와 CIA 관리의 무능한 판단력이 강조된다. 특히 ‘아무도 안 온다’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 등 정부를 비판하는 대목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실화란 점이 강조됐기에 영화 전체의 세밀한 묘사도 감춰진 재미 중 하나다. 실제 사건을 겪은 GRS 요원 3명이 영화의 기술 자문으로 참여해 사실감을 높였다. 미국 특수부대 외교 관계자들이 엑스트라로 참여해 스크린에 등장한다. 출연 배우들 모두가 미군 특수부대 훈련을 받았다.

영화 속 배경인 미 영사관과 CIA벵가지 비밀 기지의 구조 역시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재현해 냈다. 인물들의 현장 위치와 사건 시간 배열에 따른 포인트까지 짚어냈다고 한다.
‘13시간’은 실화다. 상업영화 최정점을 찍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란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사실 그 아이러니를 느낄 사이도 없이 영화는 실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긴박하다. 미국식 패권주의를 부정한 마이클 베이의 선택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개봉은 오는 3일.

